[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현대차가 핵심 부품 조달처를 중국으로 확대하고 협력사에 원가 절감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원가 절감에 돌입했습니다. 높아지는 원자재 가격과 마진 압박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됩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부품 수급 다변화와 생산 비용 감축을 위해 중국 현지 부품 협력사들과의 접촉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그간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국내 부품사 의존도를 높게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간의 치열한 원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국 공급망 다변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위기감은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가 올해 1~4월 599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983% 폭증하는 등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내수 시장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비야디의 최저가 모델은 2500만원대로, 현대차 아이오닉5(3650만원)보다 1100만원 이상 저렴합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분야에서 구동모터·감속기·전력변환기 등 주요 부품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이 구동시스템 내재화와 영구자석·전력반도체 국산화까지 완성하면서 가격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품질 면에서는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재·부품 조달과 완제품 생산 원가 전반에서는 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대차 중국 옌타이 연구소는 국내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현지 부품을 발굴·검토해 관련 데이터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부품의 품질이 크게 개선된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기존 국산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EV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이미 1차 협력사들에 부품 원가 절감 방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목표 절감 폭은 최대 20%로, 공정 축소와 기술 개발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협력사에는 공급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그렇지 못한 협력사는 납품 물량이 줄어드는 방식입니다.
차체 분야는 2027년까지 5% 절감을 별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 대상 부품 구매 규모는 연간 50조~80조원에 달하는 만큼, 원가 절감이 목표대로 실현될 경우 연간 10조~16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제안입찰 제도를 전 차종으로 확대해 정규 프로세스로 운영 중입니다. 제안입찰은 협력사가 부품 설계나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우수한 제안을 낸 업체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원가 절감이 단순한 납품 단가 협상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 평가와 물량 배정 기준으로 반영되도록 한 조치입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로 인식해 추격과 추월을 논하기보다는 업종별 밸류체인을 분석해 기술 우위를 찾고, 중국의 첨단산업 및 기술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긴요하다”며 “기존의 대중국 전략이 비용 절감과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중국의 기술·생산 기반을 학습하고 역량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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