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했는데 인수위?…연임 교육감 7명 중 6명, 수억 들여 '인수위' 구성
3선 인천·대구·경북, 재선 서울·충북·전남광주 인수위
인수위 아니라지만…근거·예산 모두 관련 조항 '적용'
"학교는 에어컨 못 트는데, 선거 때 절실함 기억해야"
2026-06-24 17:57:33 2026-06-24 18:19:04
[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6·3 지방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한 전국 시·도 교육감 7명 중 6명이 세금 수억 원을 들여 사실상 '인수위원회'를 꾸린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수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수장들이 자신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수장이 교체됐을 때나 필요한 인수위 명목의 기구를 구성한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3선도 꾸리는 인수위…예산도 1억~1억5000만원선
 
시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도성훈 인천교육감, 강은희 대구교육감, 임종식 경북교육감,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 윤건영 충북교육감, 정근식 서울교육감. (사진=연합뉴스, 뉴시스)
 
2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모두 7명의 교육감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4선 고지에 올랐고 △도성훈(인천)·강은희(대구)·임종식(경북) 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으며 △정근식(서울)·윤건영(충북)·김대중(전남·광주) 교육감 등은 재선이 됐습니다. 
 
이 가운데 김석준 부산교육감을 제외한 6명의 교육감이 인수위격 조직을 꾸렸습니다.
 
△인천은 '읽걷쓰AI 학생성공 추진위원회' △대구는 '글로벌 교육수도 추진위원회' △경북은 '경북교육 2030 대전환 추진단' △서울은 '배움이 행복한 서울교육위원회' △충북은 '제2기 공감동행교육 출범준비위원회' △전남·광주는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 등을 출범시킨 겁니다. 
 
이들 조직의 활동 기간은 대체로 7월 말까지입니다. 배정된 예산은 1억원~1억5000만원 수준입니다. 예산은 인건비(회의 수당)·대관료·백서 작성 등에 쓰이고, 교육청으로부터 인력 파견도 받습니다. 인수위 대관료는 서울의 경우 신청사를 사용해 해당 사항이 없지만, 인천은 도성훈 교육감이 선거캠프로 쓰던 자리를 7월 말까지 사용해야 해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합니다.
 
교육감이 연임에 성공한 시·도교육청들은 하나같이 "(조직은) 인수위가 아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조직을 꾸리고 예산 지원을 받는 근거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50조의2(교육감직인수위원회의 설치)에 있습니다. 즉 이름만 '추진위·준비위'일 뿐 법적 근거를 '인수위 설치'에서 가져다 쓰고 있는 겁니다.
 
공약이행 계획을 외부 조직이?…"예산, 시간 낭비"
 
'추진위·준비위'라는 이름의 사실상 인수위는 활동 목적이 △공약 실현 계획 수립 △여론 수렴 △전문가 제언 등입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문가, 시민, 학부모, 현장 교사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이를 통해 공약을 구체화하고 이행 계획을 세우는 기구"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마찬가지로 연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수위는 물론 '추진위·준비위' 등 유사 기구의 출범 없이 곧바로 업무에 복귀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방자치법 제105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 인수위원회)에 근거해 인수위를 꾸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임한 시장은 자신의 정책을 계승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릴 필요가 없다"며 "예산과 시간 낭비다. 상식적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약 이행 계획은 서울시 조직인 기획조정실에서 수립한다"며 "기조실이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곳이다. 외부 조직에 맡길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 전국 시·도 교육청에도 기획조정실·기획조정과·정책기획실·정책기획관실 등의 조직이 있습니다. 교육감 공약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교육청 역시 해당 부서에서 이행 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대구는 시장이 바뀌면서 협력할 사안들이 많아졌다"며 "교육감 공약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 청취를 위해 추진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2일 인천시교육청 영상회의실에서 '읽걷쓰AI 학생성공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인천교육청)
 
인수위격 조직들의 실효성도 문제입니다.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했던 2022년에도 인수위를 꾸렸습니다. 1억원을 들여 인수위를 가동했고, 한 달 만에 나온 500쪽짜리 백서는 교육청 사업 보고서를 망라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선 학교는 에어컨도 못 트는데…인수위는 '펑펑'
 
한낮  기온이 33도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7일 인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는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오후 3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1시간씩 두 차례 에어컨 가동을 멈췄습니다. 학교 운영비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은 물론 인천·대구·경북·충남에는 2017년 이전에 구매한 냉난방기를 사용하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조달청의 냉난방기 교체 권장 기간은 9년인데, 예산 부족 문제로 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수년 동안 교육교부금 축소,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 고갈 등 예산 문제를 공론화해 왔습니다. 지난해 협의회는 정부의 세수 부족, 교육세 전용, 고교 무상교육 조항 일몰 등으로 내년까지 31조원의 교육교부금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학생들은 폭염에 에어컨도 틀기 힘든데, 교육감은 당선의 기쁨에 취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당선된 교육감들은 약속을 잊지 말고 선거 때의 절실함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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