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박선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은퇴 이후의 삶을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닌 새로운 공동체 산업과 사회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논의의 장이 열렸습니다. 은퇴자들이 소비자로 머무는 실버타운을 넘어 건강과 노동, 공동체, 사회공헌이 결합된 '한국형 글로벌 장수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은퇴한 사람들의 마을 만들기(은사마)'를 주제로 제21회 정책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고령화와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은퇴 이후 세대가 건강하게 머물고 일하며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K-정책금융연구소 임원 및 회원 60여명이 참석해 은퇴자 공동체와 시니어 웰니스 산업의 가능성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정책포럼에서 '죽다 산 이야기, 달리 보이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포럼에서는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가 '죽다 산 이야기, 달리 보이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습니다. 전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항암 치료를 거치며 정리한 고민을 바탕으로 은퇴자 공동체와 생태 치유 마을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국내 암 유병자 증가와 혈액암 환자 현황을 언급하며 질병 이후의 삶과 은퇴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대표는 은퇴 이후 세대를 '잠재적 환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가진 새로운 공동체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은사마 구상에 대해 단순한 주거 이전이나 휴양이 아니라 건강, 공동체, 제2인생, 사회공헌이 결합된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연에서는 고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회장에 대한 기억도 다뤄졌습니다. 전 대표는 1999년 이민화 회장과의 인터뷰와 '유라시안네트워크' 구상을 소개하며, 한국의 미래 성장전략을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초국경 네트워크에서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되짚었습니다.
전 대표는 △스코틀랜드 핀드혼 △덴마크 몽쉐고 생태마을 및 프리랜드 △미국 이타카 에코빌리지 △일본 사토야마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반 등 해외 공동체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들 사례를 노동과 성장형, 생태와 치유형, 문화예술형 공동체로 나눠 설명하며 "겉멋과 돈맛에 놓친 것은 진짜 삶"이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핀드혼 공동체 사례는 강연의 핵심 축으로 제시됐습니다. 전 대표는 핀드혼을 영성, 자연, 공동체를 일상의 삶 속에 엮어낸 대표적 사례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핀드혼의 일상 노동을 단순한 생계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실천으로 해석하며,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은퇴자 공동체에서도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 대표는 미국 플로리다의 히포크라테스 헬스 인스티튜트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이 기관은 자연치유, 식생활 개선, 예방의학, 장수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웰니스 모델로 제시됐습니다. 전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은퇴자 공동체가 단순한 실버타운을 넘어 건강마을, 협동조합, 평생교육, 일거리, 사회공헌이 결합된 '글로벌 장수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책금융의 역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시니어 공동체 모델이 복지와 부동산 개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농업·치유·관광·교육·지역 상생을 결합한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설계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특히 은퇴자들이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운영 주체가 되는 협동조합형 구조, 현지 공동체와의 상생, 장기 체류형 웰니스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전 대표는 '연해주 테라피팜파크'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연해주의 유기농 원재료와 자연환경을 활용해 생산, 가공, 체험·치유 서비스를 통합하는 6차 산업형 테라피 클러스터로 전환하자는 제안입니다. 맞춤형 치유식, 농업 테라피, 치유 명상, 건강 모니터링 등을 결합한 체류형 웰니스 모델이 연해주 고려인 공동체와의 동반 성장, K-푸드·K-컬처 기반 대안 모델 창출, 북방 경제협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강연 말미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가 새로운 은퇴자 공동체 모델의 사상적 기반으로 언급됐습니다. 전 대표는 "소유보다 공유를, 경쟁보다 협동을, 소비보다 생산을, 고립보다 공동체를, 치료보다 양생을 추구하는 삶"을 은사마의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포럼은 강연 이후 질의응답과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초고령사회 대응이 연금과 의료비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은퇴 이후 세대의 경험과 자산, 노동 의지, 사회적 관계망을 새로운 성장 자원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는 앞으로도 정책금융이 고령화, 지역소멸, 웰니스 산업, 공동체 기반 경제를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지 논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제21회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박선영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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