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글로벌 위탁 연구·개발·생산(CRDMO) 시장을 두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려면 정부 역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 조언이 나왔습니다. 규모 50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을 잡으려면 인력 지원과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내 한 위탁개발생산(CDMO) 생산 라인. (사진=뉴스토마토)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리즈톤은 전 세계 CRDMO 산업 시장 규모가 오는 2029년에 3289억달러(505조 8482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10년간 연 평균 10.4% 성장
전문 리서치 기업인 퓨처 마켓 인사이트 역시 시장 규모가 2025년 1438억달러에서 2035년 3867억달러(594조 7446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연 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10.4%입니다. 국가별로는 △중국 14.8% △미국 12.3% △인도 10.1% △독일 9.4% △프랑스 8.6% △영국 6.8% △브라질 6.0% 등입니다.
CRDMO는 신약 등 의약품의 연구·개발·생산을 모두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입니다. 연구를 위탁받은 사업인 위탁연구(CRO), 개발을 위탁받은 사업인 위탁개발(CDO), 생산을 위탁받은 사업인 위탁생산(CMO)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인 겁니다. 예를 들어, 위탁개발생산(CDMO)를 하던 기업이 연구까지 위탁받는 경우 CRDMO로 분류되는 식입니다.
CRDMO는 제약사들의 아웃소싱 확대가 심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날이 갈수록 신약 개발의 복잡성과 비용이 증가하고 규제 역시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개발 전 과정을 통합해 해결해 줄 전문 업체가 필요한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CRDMO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를 잡아놓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CRDMO를 둘러싼 각축전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의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써모피셔는 2017년부터 기업 인수를 통해 CDMO로 사업을 확대하더니, 지난 2021년에는 글로벌 CRO인 PPD를 인수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CRDMO로 확장할 기반을 닦았습니다. 스위스 론자는 2023년 세포 및 유전자 치료 전용 개발 및 제조 시설을 신규 개설함으로써 CRDMO 생산 역량을 늘렸습니다. 또 지난해 2월 인도에서는 11개 CRDMO 기업들이 혁신제약서비스기구(IPSO)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인도의 CRDMO 산업 부문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인도의 제약 및 의료 혁신을 육성하는 데 전념하고, 연구·정책 및 산업 협력을 지원해 차세대 바이오 및 제약 성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생물보안법도 각축전의 변수가 됩니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할 때 최종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법 초안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명시되기도 했습니다.
각축전·생물보안법 와중 실적…"후발주자 간극 메꾸려면 정부 역할해야"
CRDMO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218억위안(약 4조7000억원)으로 2024년 대비 16.7% 증가했습니다. 다른 주자인 스위스 론자는 총 매출 65억3100만스위스프랑(약 12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4조557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5년 글로벌 주요 위탁 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 매출.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CRDMO 후발주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6월17일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 론칭을 계기로 해 CRDMO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서 셀트리온 역시 지난 2024년 11월27일 홍콩에서의 기업설명회에서 통합 CRDMO 솔루션을 회사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소한 글로벌 산업과 후발주자인 국내 산업의 간극을 메꾸는 데부터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외국은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완벽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인력들을 양성하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생태계가 미흡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인력 양성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인력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나이버트 등 바이오 인력 양성 사업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라며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산업계 요구 사항이 뭔지를 정부가 정확하게 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수주 계약을 하면 증설이 뛰따라야 한다"라며 "국내에 증설할 경우를 대비해서, 증설이 빨리 이뤄지도록 시설 투자와 관련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위한 경쟁력 요인으로 생산 역량을 꼽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 확대 등 3대 축 확장 전략을 토대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인력의 중요성도 경쟁력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CDRMO 산업이나 셀트리온이 세계에서 우위를 가져가거나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의에 셀트리온 관계자는 "증가하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역량 확보와 차별화된 기술력 및 전문 인재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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