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메가프로젝트’에 채워야 할 것들
2026-07-09 16:10:34 2026-07-09 16:21:38
‘4755조원+α’. 이는 단군 이래 최대의 투자로 불리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재원이다정부 주도로 삼성그룹이 2655조원, SK그룹이 21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놨고 현대차(42조원), 한화(55조원) 등도 동참해, 공식 발표된 투자액만 총 500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첨단 산업 거점을 호남, 충청, 영남권역 등에 세워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정부 의지는 뚜렷하다. 청와대는 호남권 투자 발표 1주일 만에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광주 군공항으로 결정했다.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3S(속도전·거점전·선도전)+1F(총력 지원) 전략가운데 첫 번째인 속도전에 우선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다.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적인 해결을 주문하면서 사업이 한층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실 투자 규모를 처음 접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놀라움이 아니라 의아함이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2326조원의 두 배가 넘는 초역대급 규모인 탓에, 기업들이 과연 이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매 정권 초마다 기업들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투자 보따리를 풀었지만, 실제 이행 여부가 미지수로 남았던 과거의 학습 효과도 이런 마음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 기업 투자 집행 계획이 다소 흐릿한 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각 기업의 발표를 보면 투자 총액과 목적만 선명할 뿐 계획의 핵심인 타임 테이블은 잘 안 보인다.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큰 틀에서 언제, 어떻게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로드맵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하게 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투자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방법론도 막연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40년까지 2655조원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 외에 별도의 자금 조달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SK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2040년까지 메모리 초호황이 전제 돼야 한다.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에 있어 장기 초호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캐시카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각각 약 147조원, 54조원이다. 두 기업의 투자가 15년 동안 집행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환산 시 삼성전자는 약 177조원, SK그룹은 140조원을 매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자금 동원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막대한 투자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차입과 전략적 투자자 등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힐 뿐이다. 대외 변수를 핑계로 언제든 속도를 조절하거나 심지어는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물론 정권의 임기가 유한한 까닭에 정책 변동성이 있을 수 있고, 정부가 보장한 혜택과 실제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원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책 변동성은 언제나 존재했던 상수였다는 점,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현장의 문제점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근본적 제약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직 초기인 만큼, 기업들도 프로젝트 세부 이행 계획을 곧 마련하리라 본다. 정부도 기업들이 내놓을 계획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행정·재정 지원 방안을 면밀히 강구하길 바란다. 민관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낼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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