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반도체가 끌어올린 증시를 중동 위기가 다시 짓눌렀습니다. 코스피는 미국 반도체주 강세와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7500선을 회복한 뒤 미국의 대이란 추가 공습과 바레인·카타르 공습경보, 쿠웨이트 미사일 경보 소식에 상승폭을 대부분 내줬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로 4거래일 만에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인하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12포인트(0.62%) 오른 7291.9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239.85포인트(3.31%) 오른 7486.64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7543.86까지 오르며 7500선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이며 한때 7063.76까지 밀렸고 이후 7200선대에서 등락을 거듭한 끝에 강보합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이 1348억원, 기관이 1조2879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개인은 1조3278억원을 순매도하며 장 초반 반등을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장 초반 반등을 이끈 것은 반도체주였습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1.11%), 샌디스크(6.77%), 웨스턴디지털(3.42%)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이 상승했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23% 오르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를 키웠습니다. 최근 이틀 연속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부각된 데다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앞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반도체 랠리는 오후 들어 중동발 악재에 힘을 잃었습니다. 현지시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휴전 양해각서(MOU) 위반으로 규정하고 추가 공습을 지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MOU가 "끝난 것 같다"고 밝히며 추가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맞서 이란도 중동 내 미군 시설을 겨냥한 보복에 나섰고 장중 바레인과 카타르에서 공습경보가, 쿠웨이트에서는 미사일 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이란 공습 사진. (사진=트루스소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원유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됐습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자 장 초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유입됐던 매수세도 차익실현으로 이어졌습니다. 코스피는 장중 고점 대비 약 480포인트 밀리며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습니다.
증권가는 이날 반등을 추세 전환보다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했습니다. 기업 실적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 통화정책 등 대외 변수는 당분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종의 반발 매수세 유입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계속되는 중동발 노이즈와 수급 변동성으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며 "단기 노이즈가 지속되면서 업종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전면전의 시작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동 리스크와 옵션 만기, 반도체 업종 이슈가 맞물리면서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9.00포인트(1.15%) 오른 794.00에 장을 마쳤습니다. 지수는 792.99로 출발해 장중 819.69까지 오르며 800선을 회복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였고 결국 종가 기준으로는 800선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외국인이 220억원, 기관이 3081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215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원·달러 환율이 사흘 만에 상승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6원 오른 1506.1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초반에는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으로 1496.8원까지 하락했지만 미·이란 충돌 재점화와 결제(달러 매수) 수요가 맞물리며 상승 전환했습니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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