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홈플러스 사태의 중심에 있는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이득을 볼 수 있는 판을 짜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MBK가 제시한 회생계획안에는 대주주 보유 보통주 2조5000억원 상당을 전량 무상소각하고 배당금을 전액 면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대주주 책임론' 이면에는 법원 인가가 무산될 경우 MBK 지배권이 고스란히 부활하고, 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사모펀드는 실속을 챙기는 구조라는 맹점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MBK 파트너스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 (사진=연합뉴스)
대주주 책임 상징했지만…인가 불발 때는 '무효'
9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한국리테일투자(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가 보유한 보통주 243만3390주는 전량 무상소각(약 2.5조원)하는 것으로 명시됐습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58만4500주 역시 1주만 보통주로 전환하고 나머지 권리는 모두 소멸되며, 법정관리 개시 이후의 배당금도 '0원'으로 면제 처리하는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앞서 MBK는 지난해 6월 법원이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허가하자 주주로서 원활한 매각 진행을 위해 보유 중인 보통주 전량을 무상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보통주는 선순위 신탁담보채권자들에게 담보로 제공돼 질권이 설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회생계획상 보통주 소각에는 질권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MBK는 해당 동의 없이 보통주를 무상소각할 예정이었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 지분을 소각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보통주를 소각해야 제3자가 새롭게 투자할 때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권 교수는 보통주 무상소각의 실질적인 가치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대주주 책임론에 따른 원금 전액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폐지 이유에 대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운영자금 확보 방안이 끝내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MBK의 보통주 등 소각은 효력을 잃고, MBK의 실질적인 지배권도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생존 실패의 역설…MBK는 권리, 협력사는 빚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회생 이전 상태로 복귀하게 된다"며 "기존 주주의 지분율도 원칙적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기존 채무도 이자를 포함해 원상회복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본래) 특정 주주의 보통주를 전량 무상소각하는 것은 기존 대주주의 책임을 반영하는 징벌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절차상 필요한 최소한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상징적으로 1주만 보통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생계획안은 2주 뒤 법원의 최종 인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약속'에 해당합니다. 오는 20일 항고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 또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게 됩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는 순간 인가를 조건으로 동결된 2조7000억원의 원금 빚과 법정관리 기간 밀린 연체 이자는 홈플러스 법인과 중소 협력업체들에 온전히 전가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전부 소각당하지 않고 주주로 복귀하면 계약상의 이익을 다시 챙기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 변호사는 "회생이 종료돼 원래 계약 관계로 돌아간다면 계약상 상환권·전환권 행사 요건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투자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환권 행사 요건은 충족될 수 있고 상환권은 행사하면 채권자 지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금전 회수 여부는 다른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MBK가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당장 얻을 수 있는 '현찰'은 없는데요. 다만 해당 지분을 유지해야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일정 부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지배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해석됩니다. 법원 인가가 떨어져 지분이 소각된 경우에도 보통주 1주를 남겨놓아 MBK는 경영적 개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면 파산 수순을 밟으면 MBK는 이미 수년간 진행한 점포 매각과 펀드 운용 수수료를 통해 사실상 본전 이상을 뽑아냈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는 구조인 셈입니다.
안 변호사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무리하게 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차입인수(LBO) 방식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며 "인수 단계에서부터 과도한 차입 구조와 사업 지속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인수 이후에도 자산 매각이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거나 이해관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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