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 오른 시급 1만7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과 달리 올해는 마지막 30원의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표결로 결정됐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그 온기가 일부 업종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해 사회적 대화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0원' 못 좁힌 노사…1년만 표결 결정 복귀
올해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성장의 온기가 반도체와 일부 IT 기업에 집중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인식 차는 끝내 좁혀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14차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노사 합의는 불발됐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표결로 결정됐습니다. 표결 결과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사용자위원안이 15표, 노동자위원안이 11표, 무효 1표를 얻어 사용자위원안인 시급 1만70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종 의결됐습니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반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소득 측면에서도 반도체 업종의 성과급 확대에 힘입어 일부 계층의 소득은 늘었지만, 가계부채는 7조6000억원 증가하는 등 계층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 내부 모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현실 인식이 마지막 '30원'의 간극을 끝내 좁히지 못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노동계는 이번 인상률이 생계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했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의 물가 수준과 체감 생계비 상승을 고려하면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의 생계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면서 최저임금의 보편성과 노동자 간 평등 원칙을 지켜낸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공익위원이 마지막에 제안한 합의안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공익위원들이 경제계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경영계와 소상공인은 인상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현장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을 고려하면 동결이 필요했지만, 물가 상황과 현장 여건을 감안해 불가피한 결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경총은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상회하는 등 현장 수용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이번 결정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이번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은 것"이라며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 부활, 소상공인 경영 안정 자금 지원 확대 등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지원 대책을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게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들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14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도 개편 논의 재점화…도급근로자·업종별 차등적용 쟁점
노사는 모두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최저임금 결정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짧은 심의 기간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행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위원장은 "올해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40년째다. 지금까지 말도 많았지만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제도기 때문"이라면서도 "내년 공익위원 선출·선임에 있어서는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점이 많기 때문에 양대 노총은 투쟁을 이어 나가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류 사무총장도 "매년 반복되는 업종별 차별 적용 논쟁은 이제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영계측 소상공인협회도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업종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류 사무총장은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무산되면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게 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총은 "최저임금의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업종별 구분 적용을 비롯한 제도 개선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오는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고시할 예정입니다. 이후 업종별 구분 적용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적용 확대,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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