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라이나생명이 희망퇴직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력을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가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라이나유니온지부는 사측이 IT 인력의 부서 이동을 통해 인원을 50% 수준으로 감축하고 업무 외주화를 추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노조는 이번 주부터 24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31일 결의대회를 열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섰습니다.
라이나타워 로비서 결의대회
라이나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31일 라이나타워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노조는 이날 라이나생명 본사가 위치한 라이나타워 로비에서 조합원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노조는 사측의 조직 감축을 두고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구조조정"이라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부당한 인사 발령으로 퇴직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 상태입니다.
노조는 △추가 구조조정 즉각 중단 △조직 축소와 외주화 계획 철회 및 고용 보장 △경영 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회사가 연일 위기를 강조하며 현장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지난해 라이나생명 영업이익은 견조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찬희 라이나유니온지부장은 "작년 라이나생명 영업이익은 4500억원, 당기순이익은 3600억원에 달한다"며 "순이익 기준 생명보험업계 4위를 기록하고 본사에 2200억원 고배당을 챙겼는데 왜 위기인가"라고 발언했습니다. 정 지부장은 "현 상황이 회사의 위기가 아닌 경영진의 위기"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조지은 대표의 작년 연봉은 23억6000만원, 성과급만 10억원"이라며 "대표와 경영진은 본인들의 고액연봉과 성과급부터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부당한 강제 발령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한편, 향후 업무 수행 과정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라이나생명 IT 부서에서 근무하는 정지영 조합원은 "회사를 떠날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남는 것, 남고 싶어도 전문성과 무관한 자리로 밀려나는 것이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면담하지 말고 회사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한 의원은 발언대에서 "IT 노동자는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지키는 핵심적인 인프라"라면서 "IT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외주화하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부당 노동으로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의원은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처럼 해외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해 진행하는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금융당국과 노동부에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위법, 부당한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처브그룹 조직 효율화 진행
이번 구조조정 파동의 배경에는 대주주인 미국 처브(Chubb)그룹의 인력 감축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처브그룹은 지난해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향후 3~4년 내 전체 인력의 최대 20%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나생명은 2021년 미국 시그나그룹으로부터 처브그룹에 100% 인수되며 최대주주가 처브그룹으로 바뀌었습니다. 처브그룹은 현재 국내 계열사로 △라이나생명 △처브라이프 △라이나손해보험 △라이나원을 두고 있습니다.
라이나는 라이나생명·라이나원(보험대리점·GA) IT 부문 인력의 절반 가량만 남기는 조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3일 라이나생명·라이나원 IT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미팅에서 회사가 처브 본사의 IT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인력을 줄이고, 인력 감축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은 외주화를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라이나가 지난 6월 영업·고객접점 분야 내부채용 과정에서 20여명의 직원이 일방적인 이동 통보가 이뤄졌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어 7월부터 IT부문의 희망퇴직이 진행됐고, 희망퇴직 직후 IT부문 인력을 절반 수준인 50여명으로 축소하고 IT 업무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라이나생명은 당기순이익 △2023년 5113억원 △2024년 4643억원 △2025년 3564억원으로 순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만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순익으로는 상위 5개사에 이름을 올립니다. 총자산은 8조6371억원으로 업계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습니다.
라이나생명은 최대주주인 처브그룹에 매년 상당한 금액의 순익을 배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은 순익의 약 62%에 해당하는 2200억원을 처브그룹에 배당했습니다. 2023년 배당금액은 1200억원(배당성향 23%), 2024년엔 3000억원(배당성향 65%)에 달합니다.
한편 처브그룹은 내년 라이나생명을 중심으로 한 '라이나금융지주(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진출국 중에서 처브그룹이 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하는 사례는 최초입니다. 보유 중인 또 다른 계열사인 처브라이프생명은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나노조가 27일부터 라이나타워 로비에서 24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사진=라이나노조)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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