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 시내버스 민영제 29년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겼지만, 적자의 대부분은 울산시 재정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소하지 못한 누적 손실로 미적립 퇴직금이 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영 책임은 민간에 있지만 손실은 노동자의 노후와 시 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울산시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교통공사를 통한 공영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영제가 남긴 부채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공영제 전환의 핵심 과제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시내버스 업체는 울산에 본사를 둔 울산여객·남성여객·한성교통·대우여객·학성버스·유진버스와 경남에 본사를 둔 세원 등 7곳입니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에도 민영제를 유지했습니다.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전면 민영제는 울산이 유일합니다.
울산시는 승무원 인건비와 연료비, 정비비 등을 합친 운송 원가에서 요금 수입을 뺀 적자를 보전합니다. 적자 보전액은 2020년 802억원에서 지난해 140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1519억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공식 보전율은 97%지만 경영·서비스 평가 지원금 30억원을 더하면 실질적으로 99% 수준입니다.
그러나 재정 지원으로도 과거 손실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업체의 누적 순적자는 865억원입니다. 퇴직금 추계액 1115억원 가운데 적립액은 302억원에 그쳤습니다. 미적립 퇴직금은 813억원으로 누적 순적자의 94%에 달합니다. 누적 손실과 퇴직금 공백이 사실상 맞물려 있는 셈입니다. 당장 운행비를 우선하면서 노동자의 노후자금 비용은 미뤄진 겁니다.
울산의 열악한 운송 여건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울산 면적은 1062㎢로 서울의 1.8배지만 인구는 108만명으로 서울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버스 수송 분담률도 10%로 다른 특·광역시의 18~28%보다 낮습니다. 이용객이 적어도 노선은 유지해야 합니다. 요금을 울산시가 결정하기 때문에 업체가 임의로 올릴 수 없습니다.
김영곤 울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차량 한 대의 하루 운송 원가가 90만원인데 일부 노선은 수입이 15만~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울산 남부권 시내버스의 차량 보관과 정비·충전을 담당하는 울주군 청량읍 덕하공영차고지. (사진=뉴스토마토)
울산시는 남은 적자 1%인 약 15억원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전율을 100%로 높이면 당해 연도에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생긴 퇴직금 공백은 별개입니다. 임금이 오르고 근속기간이 늘수록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커집니다. 조합은 올해 발생할 미적립분까지 감안하면 전체 미적립액이 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누적 손실은 노사분쟁으로도 번졌습니다. 미적립 퇴직금은 28일 예고된 전면파업의 핵심 쟁점입니다. 울산 본사 6개사 소속 승무원 1749명이 교섭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5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합니다. 현재로서는 파업 쪽에 무게가 실린 상태입니다. 27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 본조정에서도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오는 28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할 방침입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108개 노선도 사실상 멈춥니다.
정영학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울산지역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30년 동안 버스 운전대를 잡아온 노동자에게 퇴직금은 은퇴 이후 삶을 지탱할 마지막 버팀목”이라며 “조합원들은 퇴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퇴직금을 두세 차례로 나눠 지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에 정년 전에 회사를 떠나는 승무원도 생기고 있습니다.
퇴직금 지급의 법적 책임은 업체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 측은 누적 손실이 과거 재정 지원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조도 업체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울산시에 해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정은 시에 의존하면서 경영과 고용, 노사교섭 책임은 민간에 남겨둔 구조가 책임 소재까지 복잡하게 만든 셈입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울산시의 재정 결정에 달린 노사분쟁이지만 울산시는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그래서 교통공사를 만들어 공공이 직접 책임지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영제로 바꿔 재정과 운영, 노사 관계의 책임 주체를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공영제로 전환해도 기존 부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조는 미적립 퇴직금을 해소하지 않은 채 전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울산시도 과거 업체 부채를 직접 갚아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적 책임은 업체에 있지만 부채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노사분쟁은 물론 공영제 추진에서도 부담으로 남습니다.
울산시는 노조와 운송조합이 참여하는 시내버스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해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적립 퇴직금 해소와 운송 원가 개선 등이 주요 의제입니다. 김 시장은 “과거 울산시가 무책임했던 세월이 길어지면서 누적 부채는 건드리기 힘든 ‘메가톤급 폭탄’이 됐다”며 “지금부터는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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