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윤금주 기자] 정부가 재정 확장 기조에 따라 조만간 '800조원+알파(α)'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습니다. 올해보다 10% 이상 커지는 '슈퍼 예산'으로, 시장에서는 내년도 총지출 규모를 820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 긴축에 돌입한 가운데, 또 한 번의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죄는 반면, 다른 한쪽은 돈을 풀면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재정·통화 정책 간 '엇박자' 우려가 나오는 이유로, 상반된 정책 신호가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역대급 세수로 미래성장동력 대폭 투자…내년도 예산안 '800조+α' 규모
24일 정부·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재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세입 여건과 국가적인 집중 투자의 필요성을 고려해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800조원대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727조9000억원입니다. 여기에 10%만 증가한다고 가정해도 총 800조7000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현재 시장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800조원+α'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수준을 놓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총지출을 820조원±20조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를 범위로 환산하면 최소 800조원~최대 840조원에 달합니다. 바클레이즈도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12.1%로 추정한 가운데, 이를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816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정부의 확장 재정 방침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호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국세수입이 법인세를 중심으로 당초 전망치인 412조원을 훌쩍 넘어 500조원+α 규모로 사상 최대 세수가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일시적 소비성 지출로 쓰지 않고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대폭 투자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3년 반 만의 통화 긴축 전환…상반된 정책 신호 우려
문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예산이 늘면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이는 결국 또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럴 경우 중동 전쟁 장기화 등으로 껑충 뛴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충돌하게 됩니다. 통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정부가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한다면, 한은은 불안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를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영향도 있습니다.
앞서 한은은 중동 전쟁으로 껑충 뛴 물가상승률과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로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3년6개월 만에 긴축 기조에 돌입했습니다. 이후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긴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유상대 전 한은 부총재도 지난 1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경기 충격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창용 전 한은 총재도 통화 긴축 사이클에서 재정 확장 기조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실제 이 전 총재는 지난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내년도 예산 지출을 10% 이상 올려서 800조+α 규모로 한다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내년 성장률이 3%에 가깝다면 굳이 지출을 10%씩 올려서 성장률을 견인할 필요가 있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2028년, 2029년 (성장률이) 불확실하면 성장률을 평탄화하기 위해서 이번 지출은 성장률을 보면서 조절해 나가는 게 좋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재정과 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낼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 엇박자로 인해) 예상했던 기대 효과만큼 다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 (정책 효과를) 갉아먹을 것"이라며 "재정당국에서 돈을 풀면 한은에서 목표로 했던 물가 안정이나 환율 안정 등이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안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강 교수는 "(정부와 한은이) 부작용의 일종인 사이드이팩트를 최소화하면서 각자 추구하는 정책 목표를 부분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책 조합을 만들어서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윤금주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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