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주는 사람' 기소 못하는 공수처…'공수처법 빈틈'의 예정된 결론?
뇌물 받은 경무관은 '집행유예'…준 사람은 '공소기각'
'대향범인데 절반만 기소'…공수처법 사각지대 드러나
2026-08-26 17:29:18 2026-08-26 17:35:3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체 인지로 수사에 착수한 1호 사건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앞서 1심에선 징역형이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서 뒤집힌 겁니다. 뇌물을 받은 전직 경무관은 징역 10년에서 집행유예로 대폭 감형됐고, 뇌물을 준 공여자 등 3명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겁니다. 일반인 신분인 뇌물 공여자에 대해선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법 규정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전날인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경무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억1016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공수처 자체 인지 1호 사건인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지만,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겁니다.
 
함께 기소된 뇌물공여자 A씨와 차명계좌 등을 제공한 김씨의 오빠·지인 등 3명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앞서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3년, 김씨의 오빠와 지인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권한은 있지만,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일반인을 직접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한 공소는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가 제기한 것으로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본 겁니다.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법리적으로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는 한쪽만 떼어서는 성립을 논할 수 없는 대향범(필요적 공범) 관계입니다. 검찰은 기소권에 제한이 없어 수수자와 공여자를 한 재판부에서 함께 심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기소권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가성과 공모관계를 통째로 판단해야 하는 대향범 사건 구조에서 공수처만 구조적으로 '절반의 기소권'만 갖는 셈이 됐습니다.
 
공수처는 기존 법조문 표현이 불분명해 벌어진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조 1항 4호(관련범죄) 조항이 애초에 뇌물공여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기소권 근거 조항인 제3조 1항 2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설명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조문 표현이 불분명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항소심 재판부는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닌가. 이런 경우 기소하지 말고 검찰에 이첩하라고 해석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 문언적 해석에 집착한 판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수처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그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의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서 "관련범죄"의 주어를 고위공직자 본인·가족으로만 한정해 해석한 것이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라는 겁니다. 

특히 쟁점은 원래 뇌물죄가 준 사람(증뢰)보다 받은 사람(수뢰)을 훨씬 무겁게 처벌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형법상 증뢰죄는 5년 이하 징역에 그치지만, 수뢰죄는 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되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판단대로라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 쪽만 심리가 이뤄지고, 가벼운 처벌을 받는 쪽은 아예 재판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앞서 공수처에서 기소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사건에서는 뇌물공여자인 박모 변호사도 공수처가 함께 기소됐지만, 당시에는 기소권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습니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대향범 문제인데,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수처 수사·기소의 운신 폭이 결정될 것"이라며 "공수처법도 약간 미비한 부분인 (있는) 게 맞다. 초창기라 시행 자체도 미비했고, 그 부분은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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