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부실채권(NPL) 매각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NPL 전업 투자사와 2금융권 NPL 자회사 간 온도차가 극명한 모습입니다. 자본력과 회수 노하우를 갖춘 전업사들이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며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반면, 최근 설립된 2금융권 NPL 자회사들은 내부 부실을 떠안는 '폭탄 돌리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부터 본격화한 NPL 매각 열풍으로 시장 규모는 크게 확대됐습니다. NPL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2022년 2조3700억원에서 2023년 5조4300억원, 2024년 8조3082억원, 2025년 8조1161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8조원대 안팎의 수요가 예상됩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브릿지론 부실까지 시장에 쏟아지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권 전체 정리·재구조화 대상(유의·부실 우려)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8조5000억원이며, 이 중 13조3000억원이 경·공매 및 상·매각 시장에 유입됐습니다. 저축은행은 자체 'PF 정상화 지원펀드' 등을 통해 2조6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털어냈고, 상호금융권도 약 4조원 규모의 부실 토지담보대출과 브릿지론을 출회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NPL 전업사에 기회가 됐습니다. 지난해 8조원대 NPL 매각 물량 가운데 유암코, 대신에프앤아이, 하나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등 주요 전업사 5곳이 소화한 물량만 95.8%(7조7760억원)에 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월 대신에프앤아이의 장기신용등급을 'A(Positive)'에서 'A+(Stable)'로, 키움에프앤아이를 'A-(Positive)'에서 'A(Stable)'로 각각 상향했습니다. 단기신용등급도 대신에프앤아이는 'A2'에서 'A2+', 키움에프앤아이는 'A2-'에서 'A2'로 올랐습니다.
두 전업사는 NPL 중심으로 자산 구성을 안정화하고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직접투자(PF-PI) 비중을 축소하면서 자본 완충력을 강화한 점이 등급 상향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원구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수석연구원은 "2026년 들어 2분기까지 우수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자본 완충력이 강화된 증권·NPL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상향이 이루어졌다"며 "개별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재무 대응력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부실채권을 자체 처리해 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NPL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했지만 업력이 1~2년에 불과해 장기 트랙레코드와 회수 노하우에서 전업사에 뒤쳐지며 한계를 직면했습니다.
신협중앙회는 KCU NPL대부(2024년 5월), 수협중앙회는 수협엔피엘대부(2024년 10월), 저축은행중앙회는 SB NPL대부(2025년 5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MG새마을금고 자산관리회사(MG AMCO)(2025년 7월)를 각각 설립했습니다.
특히 2금융권 자회사들은 시장 경쟁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업사와 달리 일선 조합이나 개별 저축은행의 부실을 내부에서 떠안는 '캡티브(Captive) 구조'입니다. 이에 부실채권을 외부에 매각해 리스크를 해소하기보다 자회사로 장부상 이관하는 '착시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가영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향후 업종별 신용등급 방향성은 개별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재무 대응력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환경과 금융업권의 리스크 대응 역량이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짚었습니다.
PF 등 부실채권(NPL) 시장 진단 이미지. (사진=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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