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이수정 기자]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취임한지 200여일 만에 광폭 현장 행보와 잇단 신사업을 주도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보증기관 최초로 공매 업무를 개시하면서 재무건전성 방어벽을 높이고, 악성임대인 주택을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고리를 구축했다는 대목이 대표적인 정책 성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HUG의 무게중심이 '사후 보증·위기수습'에서 '사전 예방·주택공급 지원'으로 옮겨진 동시에, 영향력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발로 뛴 만큼, 제도가 움직였다
최 사장의 취임 첫 외부 일정은 전세피해지원 현장 방문이었습니다. 이후 광주·대구·수원 현장을 잇달아 찾아 피해 사례를 직접 들었고, 지방 이전 공공기관 최초로 부산 IT업체 간담회까지 열어 이전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광주 간담회 직후 HUG는 건설임대사업장의 현금성 담보 부담을 완화하고 감정평가 협회 추천제를 도입해, 현장 소통을 곧바로 제도 개선으로 연결시켰습니다.
이어 손 본 건 HUG 재무의 가장 큰 짐이던 채권 회수 체계입니다. 지난 6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협약을 맺고 보증기관 최초로 공매에 나서, 악성임대인 주택 200여건을 시범 대상으로 법원 경매 일변도였던 회수 방식에 물꼬를 텄습니다. 지난달에는 급증한 채권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신용정보업체에 추심을 아예 위임했습니다. 그 결과 HUG 연간 회수율은 2021년 41.9%에서 2023년 14.3%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올해 5월 51.5%까지 반등했습니다.
한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보증기관이 법원 경매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공매와 민간 채권추심위탁까지 병행하는 건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이라며 "최근 회수율 반등도 결국 이런 채권관리 체계 정비가 누적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민간에 채권관리를 넘기는 만큼 추심 과정에서의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지사에서 전월세 안심신탁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사업 두 축, 안심신탁과 AX(AI Transformation)
정부 정책 실행 기관으로서 입지도 커졌습니다. 8·13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인 '전월세 안심신탁' 주무기관으로 자리잡으면서입니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HUG에 예치하면 이를 운용해 임대인에게 매월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안심신탁 사업단 신설, 세 자릿수 인력 증원, 든든전세 2배 확대(1800호→3600호), 'HUG형 임대주택' 등 신규 사업 발굴까지 겹치며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확장 뒤에는 보증 중심의 단일 수익구조를 벗어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심신탁은 HUG의 새로운 수익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며 "HUG는 현재까지 분양보증에서만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이 어려울 때는 재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안심신탁은 자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굴릴 곳이 마땅찮았던 임대인 입장에서도 안심신탁은 새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전세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큰 돈을 굴릴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라며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높지만 1금융권 만큼의 안정성을 가진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긍정적인 평가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X 성과도 조직 위상 강화로 이어집니다. 이달 도입한 AI 자동분석 프로그램으로 든든전세 매입심사 기초자료 작성 시간이 2분30초에서 10초로, 93% 단축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 3일 발표된 정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도 HUG는 통폐합·분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14개 기관이 감축 대상에 오르고 LH가 둘로 쪼개지는 재편 속에서, HUG는 오히려 안심신탁 같은 새 역할을 얻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7월 30일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지적된 PF보증 심사·보증료 산정·채권관리 등 내부통제 보완이 대표적입니다. 안심신탁도 임차인 원금은 100% 보전한다지만, 경기 하강 시 손실 위험이 다시 HUG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HUG 관계자는 "안심신탁 역시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기보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임대차 시장의 판 자체를 바꾸려는 취지의 신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관련 보증상품 신설도 함께 추진하는 만큼 수익 다각화 측면도 있고, 노인복지주택 임대보증 등 주택공급과 연계된 신상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존에 지적된 문제들은 지속적인 현장경영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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