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재경부 의견 묵살했다"…'162조 미래대응기금' 미스터리
부처 간 이견 조정 없어…절차 하자 논란
다년도 사업 94%에 재정 부담 우려
2026-10-22 17:31:52 ㅣ 2026-10-22 18:29:53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조성안을 두고 기획예산처가 재정경제부의 수정·삭제 요구 10건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재경부 내부 게시판에서도 기금 조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법안은 입법예고 일주일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부처 간 이견 조정과 재정 운용의 위법성 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의도 소통관에서 미래기금 졸속 독단입법 내부자료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경부 반대 '10건 묵살'…절차상 하자 지적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재경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미래대응기금법'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추진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향해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기간은 원칙적으로 40일인데, 이를 어기고 단 4일만 입법예고를 진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오전 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자료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짧은 기간 동안 재정경제부가 미래대응기금법 7건, 국가재정법 3건 등 총 10건의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단 한 글자도 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습니다. 
 
재경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조항입니다.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기금·회계에 여유자금을 직접 예탁하거나 다른 기금의 여유자금을 직접 예수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재경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중심의 재정관리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국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초과세수 사용 주체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박 의원은 구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월30일 미국 출장길에 경질 통보를 받았고, 이틀 뒤인 9월1일 미래대응기금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부처 간 이견 조정 없이 법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는 주장입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기획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 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가 '세수 급감' 전망…기금 운용도 도마 위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조달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 의원은 정부가 내년도 추가 세수를 62조3000억원으로 전망하면서도 2028년 이후 수입 추계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반도체산업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만큼 세수 호황을 전제로 한 기금 운용은 중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추후 수입이 끊기면 결국 정부가 국가 부채로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총리는 "반도체산업의 장기 공급계약 등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산업 특성상 경기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서도 언급됐습니다. 김현아 조세연 재정연구본부장은 "현행 추세치 산식으로는 기금의 재원이 될 추가세수가 2027년 162조3000억원에서 2028년 61조7000억원으로 100조6000억원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결산액 평균을 내고 경제성장률을 통해 보정하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박 의원은 지출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그는 "내년 미래대응기금 지출 사업이 130개로 총 45조400억원"이라며 "이 중 단년도 사업은 6%에 불과하고 94%가 3~5년짜리 다년도 산업인데, 결국 162조원의 미래대응기금을 모아 놓는다고 해도 이재명정부 임기 내에 다 털어 쓰겠다는 구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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