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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3일 19: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뒤 여행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거치며 여행사 간 브랜드 경쟁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업황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고 있다. 유류비와 각종 물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이 여행 수요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토마토>는 패키지여행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여행업계의 현황과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국내 해외여행객 수가 3000만명에 육박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환율·고유가 기조에 전년 대비 해외여행객수 증가율은 3% 성장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상승으로 인해 할증료도 3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항공편 축소와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여행업황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인천공항공사)
고환율·고유가에 굳게 닫힌 지갑…출국객 증가율 '뚝'
10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국내 출국자수는 2955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2871만명) 대비 2.93% 증가한 수치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2021년 122만명까지 쪼그라들었던 출국자수는 2022년 655만명, 2023년 2272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 2024년에는 2869만명을 기록하며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전년 대비 출국객수도 26.30%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3%로 줄었다. 지속되는 고환율과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인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류세 가격은 크게 뛰었다. 대한항공에서 발표한 인천에서 출발하는 한국 출발 국제선 편도 기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 지역에서 3월 대비 할증료가 최대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런던, 로스앤젤레스, 파리, 로마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3월 7만9500원에서 27만6000원으로 247.17% 급증했다. 뉴욕, 시카고, 워싱턴, 토론토 노선은 3월 9만9000원에서 4월 30만3000원으로 206.06% 뛰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선양, 칭다오, 다롄, 옌지, 후쿠오카 노선은 이달 4만2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3월 1만3500원과 비교하면 211.11% 오른 수준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각 사에서 자체 조정을 거쳐 월별로 책정한다. 이 같은 유류할증료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여행 목적지를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거나 여행 빈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숙박 역시 장거리 리조트형 숙박보다는 근교 캠핑이나 도심 내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등으로 이동 비용을 줄이는 방식의 여가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패키지, 자유여행에 가격 밀리고 업계 경쟁은 '심화'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여행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패키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도 변수다. 여행업계에서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얻는 마진은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항공권과 숙박비용 등이 오르면 패키지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의 가격 저항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립닷컴이 지난 2월 해외여행 패키지와 자유여행 비용을 비교한 결과, 해외여행 패키지 가격은 일본 70만~130만원, 동남아 90만~170만원, 유럽 400만~60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반면 자유여행 예상 비용은 일본 70만~140만원으로 비슷했지만, 동남아는 80만~140만원, 유럽은 300만~500만원으로 패키지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특히 전체 출국자의 56%를 차지하는 21~50세는 개별자유여행 수요가 높은 연령대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정형화된 일정 대신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소규모 그룹 여행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여행사(OTA)의 부상으로 업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 플랫폼도 글로벌 OTA인 아고다, 에어비앤비 등과 정면으로 경쟁하면서 점유율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여행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수행하는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 2024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온라인 여행상품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만2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OTA 아고다가 이용경험률 1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여기어때(16%), 네이버(15%) NOL(1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 관광정책연구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류할증료 인상은 여행업계 모두가 똑같이 적용돼 전체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외부 환경으로 인해 수요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여행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응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존처럼 단순히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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