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박현경씨 유족이 쿠팡 본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습니다. 앞서 유족은 형사책임을 묻겠다며 쿠팡을 고발했지만,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좌절되자 민사로 발길을 돌린 겁니다.
박씨 배우자 최규석씨는 14일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습니다.
사건은 6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고인은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던 2020년 6월 바닥 청소 중 쓰러졌고,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 그는 37세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박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결과, 고인의 사망 배경은 고강도 업무라고 지목했습니다. 박씨는 평소 식자재 운반과 청소 업무 등 육체노동이 상당했는데, 사망 며칠 전부터는 코로나19 긴급 합동점검을 대비해 평소보다 바닥청소 및 방역소독 업무가 과도했다는 겁니다. 고인 동료들 진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식수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었으나 안력은 충원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쿠팡은 고인의 죽음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고용관계를 핑계로 댔습니다. 고인이 일했던 구내식당은 쿠팡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관리하는 물류센터 내에 있었습니다. 구내식당 운영자는 쿠팡에 위탁받은 동원홈푸드였습니다. 동원홈푸드는 아람인테크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았는데, 고인은 바로 아람인테크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박씨는 실질적인 쿠팡의 하청 노동자였으나 쿠팡은 “우리는 쿠팡CFS와 독립적이고 대등한 관계”라며 “쿠팡CFS가 운영하는 물류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은 그해 7월 쿠팡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전이었습니다. 쟁점은 쿠팡이 도급인으로서 책임이 있는지였습니다. 당시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시행됐기 때문에 유족은 쿠팡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쿠팡 앞에만 서면 작아졌습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22년 3월 쿠팡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쿠팡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검찰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쿠팡CFS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별도로 선임해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점 등을 들어 쿠팡이 안전조치 위반 행위에 대해 알 수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노동청 처분보다도 후퇴했다는 평가입니다. 검찰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쿠팡을 도급사업주로 인정했습니다. 쿠팡이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배송하는 주된 사업을 위해 쿠팡CFS에 물류센터 업무를 도급 준 점 등을 들어 쿠팡은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인 쿠팡CFS가 사용하는 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노동청도 쿠팡 노동자와 쿠팡CFS 노동자가 혼재돼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제 유족은 민사소송을 통해 쿠팡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법률팀이자 박씨 유족을 대리하는 정병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최근 언론보도로 김범석 의장이 고인 사망을 계기로 물류센터 용역계약 당사자를 쿠팡이 아닌 쿠팡CFS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며 “쿠팡은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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