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미래에셋, 해외투자 키웠지만…의결권 행사는 '빈손'
해외 기업 의결권 대부분 미행사…구조적 공백 지적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의 괴리…책임투자 실효 의문
자산운용사들 "해외 의결권 행사 현실적 제약 있어"
2026-04-24 06:00:00 2026-04-24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2일 17: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국내 주요 자산운용업계가 글로벌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투자 외형 확대에 비해 실제 주주권 행사 체계는 아직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 총액은 410조8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184조974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163조6478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129조7891억원)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ETF 시장이 빠르게 확대됨과 함께 주주권 행사 책임도 커지고 있지만, 실제 책임투자 이행 수준은 외형 성장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금융감독원의 최근 점검 방침과도 맞물린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최근 1년간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한 자산운용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와 내부 지침 공시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 기간은 2025년 4월1일부터 2026년 3월31일까지다.
 
(사진=삼성자산운용)
 
삼성, 해외 의결권 사실상 '미행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기업에 대해 대부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펀드 의결권 행사는 총 713건으로 집계됐다. 총 보유 주식 15억4120만2066주 가운데 찬성 4억6278만5188주(30.03%), 반대 1373만1413주(0.89%), 중립 2382만1432주(1.55%), 미행사 주식수는 10억9633만3625주로 65.51%에 달했다.
 
특히 의결권 미행사 99% 이상이 해외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주주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관투자자로서의 수탁자 책임 이행 수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의결권 행사 방향 역시 경영진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행사한 의결권 2118건 중 36억7859만1784주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의결권을 반대표에 던진 안건은 1억1915만38주로 3.24%, 의결권을 찬성표에 던진 안건은 18억1081만7574주로 49.2%로 절반에 가깝다. 반대표 비중이 낮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IB토마토>에 "의결권 행사는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익자의 중장기 이익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의 경우 지분율이 낮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책임투자 전략팀을 신설한 만큼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사진=미래에셋금융그룹)
 
미래에셋, 해외 투자 확대에도 주주권 행사 '미미'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의결권 미행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총 1532건으로 국내외 기업 총 보유주식 82억444만5211주 가운데 찬성 20억2172만2181주(26.64%), 반대 1500만4444주(0.18%), 의결권 미행사 60억3054만487주(73.51%), 중립 1억3717만8099주로(1.67%)로 집계됐다.
 
특히 의결권 미행사 가운데 해외 기업 비중은 92.16%, 국내 기업은 7.84%를 기록하며 해외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사 가운데서도 글로벌 ETF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 현지 영업법인 30곳을 운영 중이며, 10개국에서 716개의 ETF 라인업을 구축했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ETF 순자산은 같은 기간 약 301조8000억원으로, 전 세계 10위권대 규모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 확대 속도에 비해 실제 주주권 행사 수준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운용 규모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투자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거버넌스 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는 총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이사회 의장은 KIM JAMES WOO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지엠 CEO,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경영 전문가다. 그는 2022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 4년째 연임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음에도 실제 의결권 행사에서는 해외 기업 참여율이 낮게 나타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의 간극이 부각된다.
 
미래에셋 측은 해외 의결권 행사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 및 의안 정보 수집,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보다 해외 의결권 행사는 절차가 더 복잡하고 인력과 비용 측면 부담이 크다"며 "그래서 해외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 비중 커질수록 의결권 체계도 고도화돼야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의결권 정책과 행사 내용 및 사유를 충실히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자 이익을 위해 감시와 대화, 의결권 행사까지 수행하라는 취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단순한 주식 보유를 넘어 투자대상회사의 지배구조와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경영진과 건설적 대화를 통해 장기적 기업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의결권 정책 공개, 행사 결과 및 사유 공시, 고객 대상 수탁자 책임 보고 등을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 해외 기업 중심으로 의결권 미행사가 집중되면서 책임투자 원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 투자 비중이 커질수록 해외 기업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체계도 함께 고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의결권 미행사가 지속될 경우 투자기업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글로벌 투자 확대에 상응하는 주주권 행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책임투자 공백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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