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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에이디테크놀로지(200710)가 서버칩 개발 자금 확보 목적의 1300억원 제로금리 전환사채(CB)를 발행 결정했다. 3년 연속 현금성자산·유동비율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CB로 곳간을 채운 셈이지만, 현금 유출 기조가 지속될 경우 조달 자금이 R&D와 운영자금으로 상당 부분 소진된 시점에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맞닥뜨릴 수 있는 구조다. 조달 자금의 절반 이상이 풋옵션 첫 행사 시점 이후에 집행될 예정이어서 ADP620 서버칩이 매출을 만들어내기 전에 원금 상환 청구가 먼저 도달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에이디테크놀로지)
3년 연속 현금 감소···'R&D 집행 전 상환 압박' 구조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 21일 표면금리·만기금리 0% 조건의 1300억원 규모 4회차 CB를 발행 결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상승 없이 전환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환가액은 5만4603원으로 22일 에이디테크놀로지 종가(5만6400원) 대비 3.2% 낮다.
이번 CB에서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주식수는 238만821주로 전량 전환 시 지분율은 15.03%다. 만기는 2031년 4월29일까지다. 전환청구 가능 기간은 2027년 4월29일~2031년 3월29일이다. 청약일·납입일은 오는 29일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ADP620 서버칩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재료비·인건비)에 투입 예정이다. 올해 442억원, 2027년 137억원, 2028년 이후 719억원이 순차적으로 집행될 계획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4.4% 증가한 1645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2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36억원으로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6.2%로 전년(86.0%) 대비 30.2%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은 550억원으로 현금성자산(520억원)보다 30억원 많은 구조다. 1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4회차 CB 투자자들은 발행일로부터 30개월 후인 2028년 10월29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기상환수익률은 0%로 투자자는 원금만 상환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 경우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청구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 입장에선 최대 1300억원 규모의 현금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30개월이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4년 -135억원, 2025년 -159억원으로 2년 연속 악화됐다. 순이익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영업에서 현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 기조가 30개월 더 이어진다면 CB로 조달한 현금은 R&D 집행과 운영자금으로 상당 부분 소진될 수 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특성상 칩 개발 완료부터 고객 검증, 양산 채택, 매출 인식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ADP620이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내기 전에 투자자들의 원금 상환 청구가 먼저 도달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유다.
자금 집행 일정도 꼬였다. 공시상 2028년 이후 집행 예정액은 719억원으로 CB 조달 금액의 절반이 넘는다. 풋옵션 첫 행사일인 2028년 10월29일 기준으로 조달 자금의 절반 이상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투자자들이 이 시점에 대규모 풋을 행사할 경우, 회사는 진행 중인 R&D 예산을 상환 재원으로 돌리거나 외부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ADP620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기와 최대 상환 압박이 겹치는 구조다.
현금도 3년 연속 감소했다. 2023~2025년 말 회사 현금성자산은 654억→615억→52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도 172.4%→161.0%→135.0%로 하락 곡선을 그렸다. 회사가 실적 개선에도 영업활동에서 현금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28년 10월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콜옵션으로 지분 희석 완화 설계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통해 지분 희석을 완화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했다. 발행회사 및 지정 제3자는 2027년 4월29일~2028년 10월29일까지 총 7회에 걸쳐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CB 발행가액의 최대 20%(260억원)까지 매수 가능하다.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CB를 되사들일 경우 향후 주식 희석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26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고 동시에 풋옵션 행사도 대비해야 해 자금 운용 계획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투자 업계에선 에이디테크놀로지가 'ADP620서버칩' 개발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주가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가가 전환가를 상회할 경우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자연스레 상환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현금 감소 흐름이 지속되고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할 경우 30개월 뒤 대규모 현금 상환 압박에 직면하거나 콜옵션 행사를 위한 추가 자금 마련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사 메자닌 투자는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을 때 하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좋을 수 있다"라며 "코스닥 상장사 메자닌 투자 경험이 있는데 풋옵션 행사로 원금·이자를 수취했었다"라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측에 유동성 관리 계획 등을 질의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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