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에도 국내 '젠슨 황 수혜주'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시장이 더 이상 회동 사진이나 이벤트 자체보다 실제 공급 계약과 반복 매출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증권가는 인공지능(AI) 시대 투자 전략이 '삼겹살' 같은 화제성 이벤트보다 결국 ‘주문서’를 확보할 기업을 가려내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NAVER 의장 등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7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경기 시구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이 준비돼 있다"며 "한국을 위해 아주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로봇·HBM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 관련 종목들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젠슨 황 수혜주'로 분류되며 단기 급등세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젠슨 황 CEO 방한이 시작된 이날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방한 기대감으로 단기 급등했던 종목들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고 시장은 이제 단순 회동 자체보다 실제 공급망 편입 여부와 반복 매출 가능성을 중심으로 수혜주를 가려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이후 국내 증시에 유행했던 테마인 젠슨 황 방한 이벤트는 재료 소진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62% 하락한 3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LG씨엔에스는 7.04% 내린 11만7500원, NAVER는 4.49% 하락한 25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454910)는 11.15% 급락한 14만300원,
현대모비스(012330)는 6.82% 내린 69만7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6.40% 하락한 3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9.92% 급락한 207만원을 기록했습니다.
SK텔레콤(017670) 역시 2.30% 하락한 10만64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반면 일부 종목은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현대차는 보합인 70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로보스타(090360)는 6.39% 상승한 14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LG이노텍은 장중 124만2000원까지 급등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결국 1.11% 하락한 116만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증권가는 이번 방한의 핵심을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엔비디아 생태계 확장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의 무게 중심이 메모리 중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고대역폭메모리(HBM)4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LG전자는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LG이노텍은 로봇 비전 센싱과 AI 반도체 기판 사업 협력이 거론되고 있으며 LG씨엔에스는 로봇 관제 및 AI 솔루션 사업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엔비디아·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 가능성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테마 과열보다 실제 수주와 반복 매출 여부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AI 투자 확대 흐름 자체는 유효하지만 이벤트만으로 급등한 종목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벤트를 좋아하지만 추세는 주문서가 만든다"며 "젠슨 황 이벤트는 사되 사진이 아니라 주문서를 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AI 시대의 주도주는 그래픽처리장치(GPU)주변이 아니라 병목 주변에서 나온다"며 "전력·냉각·네트워크·로봇으로 수혜가 확산될 수 있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병목은 메모리 반도체"라고 분석했습니다.
젠슨 황 엔디비아 CEO가 5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