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동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로 제품 가격이 먼저 오른 반면 원료비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래깅 효과’에 힘입어 상반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전쟁 기간 높아진 원료비가 본격 반영되면서 이 같은 효과가 반대로 작용하는 ‘역래깅’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에 업계는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방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에서 나프타 가공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와 공시 등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5조3289억원, 영업이익 426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분기 1648억원보다 2.6배가량 늘었습니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 중단에도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긍정적인 재고 래깅 효과와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1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은 735억원으로, 2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약 50% 증가하며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진을 딛고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2분기 매출 1조4650억원, 영업이익 8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분기 341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46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의 이 같은 실적 개선에는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원료와 제품 가격 간 시차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 이후 중동 지역의 생산 차질로 석유화학제품 공급이 줄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한 반면, 실제 생산에는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한 나프타가 투입됐습니다. 원료가격 상승분이 생산원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에 제품 판매가격이 먼저 오르면서 마진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래깅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전쟁 기간 높은 가격에 확보한 나프타가 생산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중동 불안 완화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높은 원가와 낮아진 판가가 동시에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해상운임 상승도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은 유조선 유니버설호가 울산 남구 울산항에 접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G화학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수익성 개선은 긍정적인 재고 래깅 효과와 스프레드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며 “하반기는 불확실성이 커 예측이 어렵지만 부정적인 재고 래깅 효과에 더해 해상운임도 상반기 대비 약 60% 상승해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케미칼도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과 원료가격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환경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과잉 공급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수요 회복도 더딘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발생한 가격 효과가 사라지면 결국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라는 기존 문제가 다시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하반기 역래깅 부담에 대응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강화하는 한편,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따른 래깅 효과로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역래깅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원재료와 유틸리티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 방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 재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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