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조성된 '국민성장펀드'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바이오)에 직접투자를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모험자본 수혈이 절실한 혁신 벤처 대신 자금 조달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정책자금이 집행되며 '특혜 시비'가 불거진 데다, 규제 사각지대를 파고든 수직계열화 및 3중 상장 구조가 정부의 밸류업(중복상장 원칙 금지)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 대상으로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리가켐바이오가 승인된 것을 두고 형평성 우려와 함께 공정거래법 우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신규 편입됐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를 거느릴 때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지분 10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리온은 국내 법인이 아닌 홍콩 소재 해외 종속회사인 '팬오리온(PAN ORION)'을 모회사로 내세워 리가켐바이오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제가 국외 법인에는 미치지 않아, 상장 증손회사를 거느리게 된 구조입니다.
이는 '오리온홀딩스(상장)-오리온(상장)-팬오리온(비상장 종속회사)-리가켐바이오(상장)'로 이어지는 사실상 3중 상장 구조 문제를 노출합니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상장규정 시행세칙 및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상 주권상장법인의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관계가 있는 회사는 중복상장에 해당합니다. 현재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팬오리온(오리온의 95% 자회사) 지분과 특수관계인 등의 내부 지분은 29.24%입니다. 비록 리가켐바이오가 기 상장사로서 중복상장 규제의 소급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국민성장펀드가 직접투자하는 것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밸류업 정책 취지와 배치됩니다.
여기에 고평가된 주식은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습니다. 전날 종가 기준 리가켐바이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8.79배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3.02배)와 SK하이닉스(4.58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반면 주가는 최근 1년 새 32%, 최근 3개월 내 35% 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펀드의 다른 직접투자 대상인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을 통한 엑시트가 수월한 것과 비교됩니다.
국민성장펀드의 특성상 단기적인 엑시트를 염두에 둔 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펀드 출자자인 국민에게 성과를 분배하기 위해서는 배당 수익이라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만성적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은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장내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 외에 투자수익을 환수할 방법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주가마저 고점 대비 곤두박질치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성장펀드를 올해 국정감사 이슈로 지목하면서 "현재 국민성장펀드 선정 사업의 투자금 회수 조건, 목표수익률 등이 별도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결함을 꼬집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직접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는 산업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며 "바이오 분야의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서 상당히 유망하다고 여러 군데에서 추천이 된 기업으로, 기술력에 대해서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법 우회 및 3중 상장 지배구조 논란에 대해서는 "법적 리스크가 있다면 기금운영위원회나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지배구조 등을 보는데, 걸리는 게 없어서 승인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또 엑시트 및 배당 한계는 "꼭 배당받아야 한다면 당장 수익이 나는 기업에만 투자해야 할 텐데, (바이오는) 당장 영업이익이 나는 기업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중에 기업가치 자체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초기 기술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와 투명하지 않은 투자 심사 과정 역시 논란거리입니다. 리가켐바이오의 핵심 ADC(항체-약물접합체) 파이프라인인 LCB14(임상 3상·푸싱제약), LCB84(임상 1상·얀센), LCB97(임상 1상·오노약품) 등 주요 혁신 신약 기술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이전됐습니다. 신약 부문 계약 규모만 9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국가 주도 기술의 최종 소유권과 판권, 상업화 이후의 초과 이익이 모두 해외 다국적 제약사의 몫으로 넘어간다는 점은 국내 기술 육성을 위한 국민성장펀드의 목적과 거리가 있습니다.
상반기 별도 기준 리가켐바이오가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1493억원에 달하지만, 신약 자산화 기준인 '자체 임상 3상' 요건을 충족하는 프로젝트가 없어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인식된 금액도 없습니다. 자칫 국가 정책 펀드가 해외 빅파마의 신약 개발 리스크를 덜어주는 데 세금을 쓰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 취지에 반하는 모순에도 펀드의 투자 대상 선정 기준과 심의위원회 회의록 등이 전면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어 적정성 논란을 키웁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성장펀드는 심의위원 명단, 투자 신청 기업, 선정 기준,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짚으며 "비공개 구조에서 이해충돌 관리와 투자 결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한지, 펀드의 장기모험투자자본 성격에 비추어 무슨 실효성이 있고 어떻게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편입, 법의 사각지대 지배구조, 엑시트 기준 부재 및 깜깜이 심사 논란 등 복합적인 모순점이 쌓이면서, 이번 리가켐바이오 직접투자 건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정책금융 투명성을 묻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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