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7년 만에 재분리…부채 배분·주거복지 재원 '난제'
2026-09-04 13:53:41 2026-09-04 13:53:41
LH 진주 사옥. (사진=LH)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으로 나누는 구조개혁에 나섰습니다. 173조7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어떻게 배분하고 주거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지가 개혁의 최대 과제로 꼽힙니다. 정부는 공급 속도와 재무 여건 개선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핵심 재무설계는 연내 발표될 세부 개편안으로 미뤄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 와 임대주택 운영·주거복지·토지비축을 맡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 로 분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LH가 출범한 지 17년 만의 재분리입니다. 개발 기능은 사업성과 공급 속도를, 자산공사는 공공성을 중심으로 주거복지를 전담하는 구조입니다.
 
이번 개편은 2009년 주공·토공 통합 당시의 논리와는 반대 방향입니다. 당시에는 공공임대 적자를 택지개발 수익으로 보전하고 양 기관의 업무 중복을 줄이기 위해 통합이 추진됐습니다. 반면 정부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재무 여건을 개선하고 공적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LH 부채 중 상당 부분은 임대주택 운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조직 분리를 직접 주문한 바 있습니다. LH 부채비율은 지난해 230.8%에서 올해 250%대로 오르고, 총부채는 2030년 373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대 쟁점은 재무 구조입니다. 정부는 개발공사가 거둔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해 자산공사를 지원하는 환류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총부채 173조7000억원 가운데 임대주택 관련 부채를 얼마나 이전할지, 개발이익을 어느 수준까지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할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택지 매각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와 추가 재정 투입 여부도 향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자산공사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과 김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 1가구당 실사업비는 3억6500만원인 반면 정부 지원단가는 2억1100만원에 그쳐 부족분을 차입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가구당 부채는 2021년 1억7900만원에서 지난해 2억8800만원으로 4년 새 60.9% 증가했고, 매입임대주택 장기공실도 올해 6월 기준 8279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임대주택 관리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의 통합 여부도 조직 개편 과정의 또 다른 변수로 꼽힙니다.
 
노동계는 개편 방향보다 추진 절차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와 사회적 공론화 없이 추진된 일방적 개편이라며 노정 교섭을 촉구했습니다.
 
LH 노조도 같은 입장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반한다기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직원 의사에 반하는 강제 배치는 어렵고, 개별 의사 확인과 노조 교섭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사와 공단은 보수체계와 재원 구조가 달라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와야 직원 처우 문제도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규직 6700여명의 재배치 규모에 대해서도 “국토부 용역 결과를 요청했지만 공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LH 개혁방안’을 통해 조직 구성과 인력, 자산·부채 배분 등 세부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노조 측은 고용안정과 임금·근로조건 보장이 개혁안에 담기지 않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세부안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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