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농지법 위반이 되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많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위반이지만, 농지법 개정 전에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문제 상황들을 일정 기간 일제히 처분하지 않고 교정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14일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마을 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나눈 발언입니다. 송미령 장관이 농촌 현장을 찾은 것은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업인들의 불안감을 진화하는 동시에 농지 제도 개편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정부가 농지를 강제로 빼앗거나 농지법 위반을 이유로 농민들에게 일괄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 장관은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은 걸러내되, 오랜 기간 이어진 농촌의 관행과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경상남도 함양군청에서 마을 이장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송 장관은 “조사 목적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투기는 발라내겠다고 했다”며 “농지법이 오래된 법이라 본의 아니게 농촌 현실상 법 위반하는 일이 꽤 많다. 관행적 문제는 이번에 정상화·양성화 기회로 삼고, 투기는 걸러내고 묵은 제도를 고치는 기회로 삼겠다고 해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장관은 조사 과정에서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 돼서 정부가 내 땅을 뺏어간다는 소문이 있었고, 이행강제금을 4년 물면 내 땅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추석 전에는 250만명의 농업경영인에게 정부의 의도를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10월 초에도 후속조치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현장의 오해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송 장관이 가장 먼저 선을 그은 것은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휴경지, 맹지 등입니다. 그는 “상속받은 땅, 고령이라서 묵힌 땅, 맹지, 농업할 수 없는 땅들, 소유자는 누군지 모호한 땅들, 상속받았는데 등기 안 한 땅들, 이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농업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면서 관련 허가 절차를 거치지 못한 사례에 대해서도 제도와 현실의 괴리도 거론했습니다. 송 장관은 “농업 활동하면서 시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전용허가 받아서 하면 되는데 그냥 하신다”며 “그럼 농지법 위반이 되는데 이게 비현실적인 것이다. 제도와 현실이 안 맞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농지법 위반이지만 개정 전에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문제 상황들을 일정 기간 일제히 처분하지 않고 교정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경상남도 함양군청에서 마을 이장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명백한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삼는 건 딱 3가지 유형의 투기”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농지를 사놓고 농사를 짓지 않거나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이 농사는 안 짓고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경우, 기획부동산의 소개 등으로 지분만 사서 방치하거나 비싸게 임대하는 경우”라고 꼽았습니다.
여기에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에 야영장이나 야적장 등을 운영하는 경우까지 딱 4가지 경우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이라며 “나머지 것들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고 재차 말했습니다.
특히 간담회 참석자가 농지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때문에 걱정하는 농민들이 많다고 하자, 송 장관은 “투기 3대 유형, 농업진흥지역에 야영장까지 4가지 유형만 처분 대상이다. 처분명령은 정부가 내리는데 (4가지 유형 제외한 일반적 사안은) 처분을 안 하니까 이행강제금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제기된 농지은행 이용의 불편함과 문턱도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내년으로 예정된 ‘농지법 전면 개정’을 통해 농업의 세대교체와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비쳤습니다.
송 장관은 “농지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고 농업인 평균 연령이 70세 가까이 된다”며 “이렇게 전국적인 조사를 할 때 현장에서 불안해하신다는 것 자체가 현실과 제도가 맞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송 장관은 “임대차도 활성화하고 휴경의 범위도 현실적으로 바꾸는 등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은퇴하신 분들은 중요한 자산인 농지를 농지연금 등을 통해 활용해 편안하게 은퇴하시고 그 농지를 규모 있는 농업을 원하는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청년 농업인에 대해서는 “청년농이 꿈꾸는 (효율적이고 기계화된)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동시에 고령농이 노후를 편안하게 잘 마무리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므로 두 부분 모두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이번 조사가 유사 이래 처음이다 보니 여러 의견과 불안감이 있는 것 같지만, 한 번은 정리를 하고 가야 할 일”이라며 “데이터 없이 제도를 고칠 수 없으니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불합리한 묵은 제도를 고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이어 “마을 이장님들께서 주민들이 불필요한 오해나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정부의 의도를 주위에 잘 알려주시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생기면 언제든 농지조사 상담센터로 전화해 궁금증을 해소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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