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이현민 기자]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이재명정부의 숙원사업인 핵추진잠수함(핵잠)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정보 협력 제한, 대미 투자,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을 둘러싸고 양국 간 공조가 흔들리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자주국방 과제 해결의 적기로 봤던 정부의 기대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월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잠·전작권 줄줄이 제동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핵잠과 전작권 등 한·미 간 핵심 현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 이견이 맞물리면서 추진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핵잠 협상은 속도가 더딥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자료에서 합의한 핵잠 건조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며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를 위한 협상은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방한한 뒤 후속 협의 일정도 아직 조율되지 못했습니다.
이 대통령 자주국방 구상의 또 다른 축인 전작권 전환도 요원합니다. 전작권 전환은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 검증을 차례로 거칩니다. IOC는 2019년 마쳤고, 한·미는 올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FOC 검증과 전환 목표 연도 설정 문제를 협의 중입니다. SCM은 빨라야 11월 중순 이후 열릴 전망입니다.
정부는 올해 SCM에서 FOC 검증을 마치고 양국 정상에게 목표 연도를 건의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FOC 검증을 서둘러 끝내려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미국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전환을 지시하면 따르겠지만,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위험을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투자·호르무즈·정보 공유…한·미 냉기류
냉기류의 배경으로는 대미 투자 문제가 꼽힙니다. 케이티 재커라이어 백악관 신임 대변인은 13일 첫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5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와 충분한 조율 없이 나온 발표였습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이 아직 '검토 착수' 단계라며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해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호르무즈 파병에 이 대통령이 선을 그은 점도 양 정상 간 이견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논란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한·미 정보 협력 이상기류까지 불거졌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현안 타결의 적기라는 평가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 국방·안보 라인은 한·미·일 공조 강화를 앞세워 한국의 자주국방에 미온적이지만, 동맹국의 방위 책임 확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전작권·핵잠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방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전작권과 핵잠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끌어냈지만 후속 협상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부의 엇갈린 메시지를 먼저 정리하고 정상 차원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료, 주한미군사령관의 메시지가 엇갈리는 만큼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중요한 현안이라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공식 입장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정운 국립외교원 교수도 "전작권과 핵잠은 정상 차원에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며 "통상과 안보를 패키지로 묶어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