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주당 성찰과 성장을 위한 제언
2026-06-11 06:00:00 2026-06-11 06:00:00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광역 지자체장 16개 중 12곳을 여당인 민주당이 차지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제법 큰 승리로 보이지만 지도부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심 기대했던 대구는 물론, 경남에서도 패배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14곳 중 9석을 차지했지만, 원래 민주당이었던 4곳을 빼앗김으로 국회에서의 의석수도 그만큼 줄었다.
 
숫자가 아닌 내용으로 들여다보면 더 암울하다. 결국, 대구와 경남에서의 보수 지역주의 철옹성은 여전히 난공불락임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두 명의 잠재적 대권 주자도 힘을 잃었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 패배는 부산 유일의 민주당 의석을 잃는 동시에 보수 진영에 새로운 정치적 교두보를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평택시을 패배는 진보 진영 내부 균열을 심화시켰고, 차기 대권을 꿈꾸던 조국 전 대표에게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혔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 민심은 보수 진영에는 재건 희망의 불씨를,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는 새롭게 풀어나갈 어려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불법 계엄과 탄핵을 거쳐 이뤄낸 정권교체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65%를 웃돌았고, 코스피를 비롯한 경제지표도 개선 흐름이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한 내홍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기대만큼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겸허하고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선거에서 ‘지방’이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만 기대어 선거를 치렀고, 지역 현안보다 중앙정치 이슈를 보다 부각해 유세했다. 지방소멸, 인구감소, 지역산업 재편, 생활 SOC, 교통과 의료 격차 같은 지역 의제는 선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그 결과,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119:95로 광역 단체장 결과와는 다르게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다. 지역 주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중앙정치의 ‘승패 경쟁’이 아니라 우리 동네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었다.
 
둘째, 전략공천에 ‘전략’이 부족했다. 재보궐 선거는 통상 지방선거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징적 승부처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전략적 고려보다 내부 논리와 계파 안배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후보를 배치하기보다 당내 이해관계를 우선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어떤 지역은 인물에 따른 돌려막기 공천이었고, 어떤 지역은 인물 경쟁력이 부족했고, 어떤 지역은 진보 진영 내 분열로 상대에게 어부지리를 주기도 했다. 민심의 평가는 냉정하다.
 
셋째, 세대 공감 캠페인을 얘기했지만, ‘청년 감수성’은 부족했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세대의 민주당 지지 이탈이 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그동안 줄곧 세대 공감과 미래세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청년층이 느끼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미 기득권층이고, ‘꼰대’에 가깝다. 정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당 대표의 ‘오빠라고 해봐’ 논란이나, 후보들에게 ‘얼차려’를 시켰던 어느 유세장 모습은 민주당의 ‘시대 감수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2030의 보수화를 논하기 이전에 정치권이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했지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민심의 따끔한 경고와 질책까지 전부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 불거지는 책임론이 어쩌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심은 불같은 지지를 보내다가도 한순간에 차갑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정 대표 역시 잘 알 것이다. 정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에 기대어 안주하기만 할 때, 국정의 조력자가 아닌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윤석열정부 때의 실정과 국민의힘의 혼란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와의 비교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다. 통합과 성장, 중도와 실용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할 국가 과제다. 국민은 진영의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성공을 원한다. 경제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정부와 여당을 원한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은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긴 시간이다. 동시에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새로운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 미완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의 발판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성찰과 성장을 기대한다.
 
장훈 GR KOREA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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