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우상향이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넘게 1500원대를 이어가더니, 주간 종가 기준 1540원선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고공행진 흐름입니다. 환율이 치솟는 배경에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까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 큽니다. 문제는 고환율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입니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에는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 물가 상승과 기업 원가 부담 확대는 물론,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고공 행진하는 환율 상승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1500원대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550원 '턱밑'…연속 이틀 종가 기준 1540원대 기록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7원 오른 1542.7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 주간 거래 종가는 1541.8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9일(1549.0원)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2원 오른 1543.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워 장중 한때 1549.0원까지 치솟으며 155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환율은 이달 들어 17거래일 동안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500원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지난달 15일부터 27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49거래일) 이후 최장기간입니다.
환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우선 달러화 강세 영향이 큽니다. 미 연준이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기조를 시사한 뒤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실제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101을 넘어서며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선 것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7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날 글로벌 증시에서는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해 투자심리가 개선됐지만, 국내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고환율에 내수·물가 등 부담 ↑…장기화 조짐에 한국 경제 시험대
문제는 고환율 흐름이 길어질수록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에너지·원자재 비용을 높입니다.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엔 글로벌 공급망이 얽히면서 고환율로 인한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원가 부담이 큰 내수기업과 수입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내수기업의 수입물가 상승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격으로 연결되고,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드는 소비 둔화로 이어집니다. 금융시장 불안 역시 커지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1500원 선의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단기적으로는 1550원 이상 수준으로 환율 상방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절하율과 실질실효환율 등을 고려하면 원화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와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 유출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 강세를 반영해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 수급적 요인도 제한적"이라고 짚었습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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