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기도 지방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라인 확충에 나섰습니다. 최근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을 잇달아 수주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기조에 발맞춰 투자를 늘리는 한편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업계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최근 2개월 사이 2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인공지능(AI) 호황 국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5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1조5670억원대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북미 빅테크 기업과 약 454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부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 간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체 개발 주문형반도체(ASIC)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가속기는 소형 폼팩터, 고용량, 고온 내성 MLC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기의 또 다른 성장축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 역시 공급 부족에 힘입어 공급사 중심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지면서 제품 규격이 커졌고, 이에 따라 FC-BGA의 크기와 제조 난도도 함께 높아진 것입니다. 그 결과 공급사의 생산라인(CAPA)이 부족해지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한적인 공급 환경에서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상승하고 있으며, 네트워크·서버향 매출 비중 확대 및 전 제품군의 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사진=삼성전기 블로그)
이런 가운데 삼성전기는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기조에 발맞춰 생산라인 확충에 나섰습니다. 세종시에는 최첨단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생산라인을, 부산에는 차세대 IT기기와 전장용 MLCC, 패키지 기판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입니다. 이미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국내 추가 투자에 나선 것입니다.
경쟁사들 역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무라타제작소는 2028년까지 800억엔(약 7600억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기판 업계 1위인 이비덴도 5000억엔(약 4조71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추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치열해지는 글로벌 부품 경쟁 속에서 삼성전기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반도체 업계 전반의 호황이라지만, 결국 반도체도 사이클이라 투자에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투자 역시 생산라인과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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