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에 파산 갈림길에 섰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의 3차 연장 대신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회생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재도의 고안'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앞으로 2주 안에 추가 운영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홈플러스의 운명을 좌우할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이유는 자금 조달 실패입니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이날까지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관계인집회의 심리·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초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홈플러스 영업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을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만 성사됐을 뿐, 회생의 핵심이었던 잔존 사업부 인수합병(M&A)과 추가 운영 자금조달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영업을 이어가는 동안 매출은 감소했고 직원 급여와 물품대금 지출 등 비용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마지막 회생 기회는 '2주 안에 2000억 조달'
다만 이번 결정은 회생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홈플러스가 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즉시 항고할 수 있으며, 이 기간 안에 운영자금을 확보할 경우 '재도의 고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운명은 앞으로 2주 안에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 유치나 신규 금융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회생절차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지만,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되고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두 차례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하며 회생 가능성을 열어뒀음에도 추가 운영 자금조달 실패로 파산 국면을 맞았다"며 "마지막 회생 기회는 2주 안에 잔존 사업부 매각 또는 자금조달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직원들의 피해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홈플러스는 자금난으로 급여와 퇴직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직원들은 6월분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마저 미뤄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회생절차 폐지 이후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 임금 체불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동성·재무구조 '악화일로'
현재 홈플러스 유동성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메리츠금융은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일반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만 지원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난항으로 인한 유동성 압박뿐만 아니라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실적도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업손실은 5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9% 늘었고 순손실은 1조10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유동자산은 4082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4억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부채는 4조2897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2955%에 이릅니다. 즉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8815억원 초과한 상태죠. 이 같은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홈플러스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대규모 신규 자금조달 없이는 정상적인 영업과 회생 계획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직·간접 고용 인력과 입점업체 점주와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 전반으로 후폭풍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규모 실직 우려?협력사·지역 상권 연쇄 충격 불가피
우선 파산 절차가 본격화되면 상당수 점포의 폐점이 예상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홈플러스의 직영 직원은 약 9000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간접고용 인력과 납품·협력업체 종사자, 점포 내 입점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약 10만명이 홈플러스 파산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회생절차 폐지에 따른 민생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4400억원+α'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이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에 그칠 뿐 근본적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 파산은 법원의 파산 선고 이후 법인 소멸까지 2~3년가량 소요되지만, 홈플러스는 전국 단위의 점포망과 수많은 입점업체, 납품업체 등이 얽혀 있는 대형 유통기업인 만큼 실제 청산 절차는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청산이 길어질수록 협력업체의 자금난과 지역 상권 위축, 고용 불안 등 피해 역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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