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새 4명 사망…SK에코플랜트 시공 현장 '잔혹사' 왜?
원청서 안전표창 받은 이주노동자도 사고로 숨져
전문가 "노동자 실수보다 구조적 안전관리 문제"
2026-07-10 18:33:18 2026-07-10 18:33:18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최근 SK에코플랜트 시공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제각각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안전조치 미비와 장시간 노동 등 작업환경 문제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최근 숨진 미얀마 이주노동자 역시 원청으로부터 안전 표창을 받은 숙련 노동자였던 만큼, 노동자 개인의 실수보다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와 지지대 사이에 끼여 숨진 미얀마 이주노동자 A씨가 SK에코플랜트로부터 받은 안전 표창장. (사진=소금꽃나무)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충남 아산시 KTX 평택~오송 2복선화 2공구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노동자 A씨가 토사 반출용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와 지지대 사이에 끼여 숨졌습니다.
 
A씨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2022년부터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해왔습니다. 한국 생활 4년 동안 특별한 사고 없이 근무했고, 평소 안전수칙을 성실히 지켜 원청인 SK에코플랜트로부터 안전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전수칙을 누구보다 잘 지킨 숙련 노동자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SK에코플랜트 시공 현장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지난해 11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는 형틀목공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숨졌고, 올해 1월에는 같은 현장에서 철근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장시간 노동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5월에도 협력사 소속 노동자 1명이 숨졌으나,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업무상 사고가 아닌 병사로 확인됐습니다.
 
사고는 달라도…반복된 안전조치 미비·장시간 노동
 
노동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서로 달랐지만, 현장에서는 비슷한 작업환경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비입니다. 동료들에 따르면 이번 아산 사고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이 2인1조 원칙 없이 혼자 이뤄졌고, 사고 지점에는 비상정지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상임활동가는 "안전수칙을 성실히 지킨 노동자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은 개인의 실수보다 비상정지장치와 방호덮개 부재, 2인1조 작업 원칙 미준수 등 구조적인 안전관리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시민단체가 공사 현장에서 숨진 미얀마 이주노동자 A씨를 추모하며 원청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숨진 형틀목공 노동자와 올해 숨진 철근노동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하루 13시간 안팎의 장시간 노동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계는 무리한 공사 일정과 인력 운영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 하청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현장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하청업체 4곳 노동자 1248명 가운데 827명(66.3%)이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업체는 위반 비율이 8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노동부는 장시간 노동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위험한 작업은 하청·이주노동자에게 집중
 
노동계는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 하청업체와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반복되는 사고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합니다. A씨가 소속된 하청업체는 미얀마·스리랑카 국적 이주노동자 약 60여명과 내국인 노동자 30~40여명을 고용하고 있었습니다. 노동계는 이 업체가 컨베이어벨트와 롤러 점검 등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주로 이주노동자에게 맡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 비중도 높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 113명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18명으로 전체의 15.9%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이주노동자 비중이 약 3.6%인 점을 고려하면, 산재 사망 비중이 훨씬 높은 셈입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고위험 작업을 이주노동자가 주로 맡는 구조에서는 언어 장벽으로 안전교육과 작업지시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업장이 비상정지장치를 갖추지 않거나, 노동자가 단독으로 작업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까지 미흡하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 제거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 정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외국인근로자의 산재현황 파악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근로자 참여형 위험성 평가와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확대하는 등 작업 현장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SK에코플랜트는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며, 당사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나머지 사안들은 중대재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