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를 지워버린 ‘두 줄’ 디자인의 힘
(디’차’인 언어, 10사10색)①제네시스의 ‘역동적 우아함’
시그니처 램프에 한국의 여백 녹여낸 모던한 실내 디자인
2026-07-14 16:31:43 2026-07-14 16:52:37
자동차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강력한 구매 요인을 넘어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기능합니다. 기능보다 디자인이 먼저인 시대, 아니 디자인이 하나의 ‘언어’가 된 시대.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이 축적해 온 디자인 언어를 10회에 걸쳐 번역해 드립니다._편집자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2015년 출범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줄곧 지켜온 디자인 철학은 ‘역동적 우아함(Athletic Elegance)’입니다. 얼핏 상반돼 보이는 두 가치, 역동성과 우아함을 하나의 조형 언어로 녹여낸 이 철학은 제네시스가 글로벌 럭셔리카 시장에서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핵심축으로 꼽힙니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초기 ‘어떠한 럭셔리 브랜드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대담함, 진보성, 한국적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도출했고, 이 키워드는 지금까지도 모든 라인업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크레스트 그릴'이 처음 적용된 GV80.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독일차 아성을 흔들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양분해 온 국내 고급차 시장에 제네시스가 뛰어들었을 때, 지금의 성공을 장담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후발주자였던 제네시스가 짧은 기간 안에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상품성, 실용성을 앞세운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외관을 규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엠블럼입니다. 명가의 휘장에서 영감을 받은 제네시스 엠블럼은 전면부의 ‘크레스트 그릴’과 4개의 헤드램프로 구현된 ‘두 줄(Two Lines)’의 날개 라인으로 형상화됐습니다. 측면과 후면을 아우르는 요소는 ‘파라볼릭 라인’입니다. 후드에서 시작해 벨트라인을 지나 차체 후면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이 라인은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만들어냅니다.
 
제네시스 GV80 '파라볼릭 라인'. (사진=제네시스)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디자인은 2017년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된 GV80 콘셉트를 통해 처음 제시됐고, 같은 해 중형 스포츠세단 G70에도 적용되며 제네시스 고유의 얼굴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내 공간 키워드는 한국 전통 ‘여백의 미’입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비움으로써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는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인 차량 실내에 접목했습니다. 탑승자와 첨단기술 사이의 자연스러운 공존, 그리고 럭셔리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여백의 미 컨셉을 담은 제네시스 GV80 실내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담백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다
 
디테일 면에서는 절제된 라인과 정제된 면 처리가 실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감싸는 곡선, 가죽과 우드, 메탈 소재의 대비는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고급스러움을 지향합니다. 현대차그룹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과 관련해 “트랙에서도, 일상에서도 우아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범 이듬해인 2016년 4만4271대였던 제네시스 라인업의 국내 연간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0년 브랜드 최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GV80 출시 이후 2021년에는 13만8757대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지속적 성장세에 힘입어 런칭 10년 4개월 만인 지난 4월에는 국내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독일 명차를 위협하는 국산 럭셔리카의 창세기’가 열린 것입니다.
 
제네시스 G80 후면 모습. (사진=제네시스)
 
*2편에서는 현대차의 아이덴티티로 급부상하고 있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기아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에 대해 다룹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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