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터널을 지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K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생산기지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고유가 기조와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전기차 제2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CAS 모듈팩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그동안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미국 오하이오주 1공장의 재가동 채비를 마쳤습니다. 캐즘 여파로 휴직 중이던 현지 직원 850여명은 오는 27일부터 8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전원 현장에 복직합니다. 공장은 장비 정비와 램프업(생산량 증대) 과정을 거쳐 4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전기차 시장 회복 속도에 맞춰 배터리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방침입니다.
얼티엄셀즈 1공장은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따른 물량 감소로 올해 1월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량 GM에 납품됐는데, 미국 내 점유율이 큰 GM조차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배터리 재고가 쌓이면서 가동을 멈춰야 했습니다.
같은 1공장과 함께 가동을 중단했던 테네시주 2공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며 한발 앞서 가동을 재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시 휴직 중이던 700여명의 직원도 이미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1공장과 2공장 모두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1분기 46.9%에 머물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하반기 60%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SK온 역시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공장 HSBMA(현대·SK 배터리 매뉴팩처링 아메리카)가 최근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첫 배터리 셀 납품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SK온 합작법인 'HSBMA' 북미 공장. (사진=연합)
HSBMA는 현대차그룹과 SK온이 각각 25억달러씩 총 50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92만평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연간 생산능력은 35기가와트시(GWh)로 전기차 약 3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현재 3500여명이 근무 중이며, HSBMA에서 생산된 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조립해 HMGMA를 비롯한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시설에 공급됩니다.
2023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짓눌러온 전기차 캐즘도 뚜렷한 종료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과 중국에서는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1%, 16.6% 증가했습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와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른 차량 가격 인하, 상품성 개선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SNE리서치가 올해 1월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은 2026년 27%, 2027년 30%, 2028년 34%였습니다. 지난 4월에 SNE리서치는 이 전망을 각각 29%, 35%, 41%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는 시점도 기존 2032년에서 2030년으로 수정하면서, 전기차 캐즘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유가가 기존 리터당 1600~1700원 수준이었다가 2000~2200원이라는 가격을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경험했다”며 “향후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전기차 조기 도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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