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원전' 한국이 만드는데…"솔트포스 지분도 잡아야"
IAEA 해상 원자력 협력 출범…추진선박·부유식 발전 상용화 논의
테라파워는 한국 자본·SK 이사회 참여…솔트포스는 공동개발 중심
"제조 강국 넘어 에너지 주주국으로"…정책금융 역할 주문
2026-09-14 08:55:10 2026-09-14 09:05:33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상 원자력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국제 협력에 착수하면서 한국의 조선·원전 역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에너지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도 원자력 추진선박과 부유식 원전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조기지에 머물지 않고 원천기술 기업의 지분과 사업 권리까지 확보해 에너지패권 경쟁에 주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IAEA는 8월26~2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해상 원자력 이니셔티브 'ATLAS'를 출범시켰습니다.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8개국이 참여한 이번 협력은 원자력 추진 민간 선박과 부유식 원전의 도입에 필요한 안전기준과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8월26~2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해상 원자력 이니셔티브 'ATLAS' 출범 행사에서 각국 원자력·해양 분야 관계자들이 해상 원자력 기술의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IAEA)
 
추진선박·부유식 발전으로 넓어지는 해상 SMR
 
IAEA에 따르면 해상 원자력의 주요 활용 분야는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선박과 바다에 띄운 발전시설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부유식 원전입니다. ATLAS 참여국들은 첨단 SMR을 선박에 적용하면 연료 보급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부유식 원전은 해안·외딴 지역과 산업시설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설계와 사업모델, 운영 방식이 초기 단계인 만큼 ATLAS는 기술 중립적 협력을 추진합니다. IAEA는 국제 안전기준, 법·규제 체계, 해양 선급, 안전조치, 핵안보, 기술·인프라·연료주기 로드맵 등을 다룰 6개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해 실무 논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해상 SMR은 에너지와 조선·해운 산업을 함께 아우르는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원전 운영 경험과 세계적 수준의 조선·해양플랜트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한국이 주요 생산거점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한국을 제조거점으로…테라파워·솔트포스 협력
 
국내 기업들은 해상 원자력 분야에서 해외 개발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서던컴퍼니·코어파워와 용융염 원자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해상 원자력 발전설비와 원자력 추진선박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 중인 소듐냉각고속로 '나트륨'과는 다른 원자로 기술입니다.
 
솔트포스는 삼성중공업·한국수력원자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유식 발전용 용융염 원자로 'seaMSR-100'의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솔트포스의 원자로 기술에 삼성중공업의 해양시설 건조 역량과 한수원의 원전 운영 경험을 결합하는 구상입니다.
 
한전원자력연료와 GS건설도 2024년 솔트포스와 국내 저농축우라늄 기반 핵연료염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해양시설 건조와 원전 운영을 넘어 연료 공급망 구축까지 솔트포스 사업에 폭넓게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웨스팅하우스 전철 피하려면 SMR 주주국가 돼야"
 
테라파워와 솔트포스는 모두 한국 기업의 제조·공급망 역량을 활용하고 있지만 자본 참여 구조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테라파워에는 국내 기업들이 협력 과정에서 잇따라 자본을 투입했습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 당시 약 3000억원을 공동 투자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당시 한국조선해양)도 같은 해 3000만달러, 당시 약 425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수원은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테라파워 지분 일부를 인수해 주주로 합류했습니다. SK 측은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테라파워가 공개한 이사회 명단에는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SK 측은 이사회까지 진입한 구조입니다.
 
미국 정부도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비용을 민간과 분담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첨단원자로실증프로그램(ARDP)을 통해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실증사업에 최대 20억달러를 비용분담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DOE와 민간이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차세대 원자로의 설계와 인허가, 연료 확보 및 실증을 뒷받침합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육상 실증사업이어서 해상 원자로와 기술·사업화 경로는 다릅니다. 다만 정부가 초기 상용화 비용을 민간과 분담하고 한국 기업이 지분과 공급망을 함께 확보한 투자 방식은 해상 SMR 전략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덴마크 원자로 개발사 솔트포스가 개발 중인 부유식 발전용 용융염 원자로 'seaMSR-100'의 구조도. 솔트포스는 삼성중공업·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기업과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솔트포스)
 
반면 솔트포스와 국내 기업의 공개된 협력 범위는 부유식 원전의 개발·생산·운영과 연료 공급망 구축에 집중돼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지분 투자나 이사회 참여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조선·원전·연료 역량이 사업 전반에 활용되는 것과 달리 자본과 의사결정 참여는 드러나지 않은 것입니다.
 
한국전력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었던 점도 배경입니다. 양측은 지난해 1월 분쟁을 해결하고 향후 원전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사례는 원전 제작·운영 역량이 기술 활용권과 해외 사업 참여 권리로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에 차세대 SMR 협력에서는 단순 제조 수주를 넘어 개발사 지분과 경영 참여, 기술·해외 사업 권리까지 확보해 SMR 제조국에서 주요 주주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정책금융, 솔트포스 지분·연관산업 투자 나서야"
 
해외 기술기업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정책금융 수단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국민성장펀드의 간접투자 프로그램인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운용사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조성 목표는 8800억원이며, 이 가운데 6800억원을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재정으로 공급합니다. 펀드 존속기간은 연장을 포함해 최대 16년입니다. 
 
또한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도 총 7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기관 글로벌 스케일업 협력펀드' 조성에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가 테라파워 나트륨 실증사업 비용을 민간과 절반씩 부담하고 한국 기업도 지분·이사회 참여로 사업에 들어간 만큼, 한국 정책금융 역시 단순 제작 지원을 넘어 해외 원자로 개발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특히 솔트포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국내 조선·해양플랜트와 원전 운영, 연료·기자재 공급망의 사업 기회로 연결하면 해외 원천기술 기업과 한국 연관산업의 이해관계를 함께 묶을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정책금융이 한국의 제조 역량을 지분과 기술·사업 권리 확보를 위한 협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처럼 수주를 받아 제조하는 파운드리 역할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테라파워는 국내 기업이 초기부터 지분을 투자하고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솔트포스도 경영 참여가 가능한 지분 투자를 전제로 여러가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계는 달러패권과 기술패권 그 위에 에너지패권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K-정책금융도 SMR을 만들어주는 나라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주주 국가로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소장은 "이는 신식민지적 수탈을 연상시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횡포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