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가 앞서 보도한 이천 사립고 S교사와 전북 사립 특수학교 L교사는 학교 운영의 문제를 외부에 알린 '공익제보' 교사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법률상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인사·업무상 불이익과 고소·징계에 시달렸습니다.
두 교사가 제기한 문제의 공익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신고 내용이 법에 열거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정해진 신고 기관을 거쳤는지에 따라 보호 여부가 달라집니다. 공익신고자 여부를 가리는 동안 학교 측의 징계와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을 멈출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공익제보 했지만 '공익신고자' 인정은 별개
'공익제보'는 학교 내부의 비리나 부당 행위를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폭넓게 가리키지만, 법률상 보호를 받기 위해선 '공익신고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으려면 신고 내용이 법에서 정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고, 해당 기관이나 감독기관·수사기관·국민권익위원회 등 정해진 기관에 신고돼야 합니다.
사립학교법은 202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포함됐지만 보호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교비회계 전용이나 기본재산의 임의 처분 등은 보호 대상이지만, 인사·입시 비리나 부당한 업무 배제 등은 어떤 법률 위반으로 신고했는지에 따라 제외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언론에 먼저 알린 경우에도 법이 정한 신고 기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 여부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고의 공익성보다 적용 법률과 신고 경로가 보호 여부를 가르는 현행 구조가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사립학교의 인사·입시 비리를 신고하더라도 형법상 업무방해 문제로 다뤄질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고 대상 법률을 열거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립교원 절반가량, 보복 경험하거나 목격
보호 제도의 공백은 학교 현장에서 제보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지난 6월8일부터 25일까지 18일간 전국 사립학교 교원 2388명을 조사한 결과, 73.9%는 신분상 불이익이 우려돼 학교 비리나 부당 행위를 제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전교조가 지난 6월8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립학교 교원 73.9%가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해 학교 비리나 부당 행위 제보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진=챗GPT)
불이익은 해임이나 정직 같은 공식 징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당 전보와 보직 박탈, 기피 업무 배정, 연수 기회 차단, 학교 행사 배제, 역고소와 기간제 교원의 재계약 거부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권과 징계권, 업무배치권이 제보자를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동원되는 겁니다.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동안 이러한 불이익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징계나 인사 조치가 취소돼도 그 사이 제보자가 입은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공익신고자 인정에 앞서 이뤄진 인사 조치의 정당성은 법정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 1월29일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신고한 지혜복 교사가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전보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지 교사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전보 처분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금지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신고 당시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다고 믿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이후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공익신고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신고 뒤 2년 안에 이뤄진 불이익 조치는 신고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며, 교육당국이 해당 인사 조치가 공익신고와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 교사는 지난 7월24일 서울행정법원의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도 승소한 뒤 이달 9일 원래 학교로 복직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7년부터 공익신고자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이라도 신고자를 우선 보호하고, 본인 동의 없이 전보 등 불이익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불이익 끝난 뒤 구제하면 늦어"
지난 5월 이천 S교사의 사망 이후 사립교원의 보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국회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문수·고민정 의원실은 '사립학교 공익제보자 보호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사립학교법·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전교조는 공익제보 교원에 대한 보호를 사립학교법에 직접 규정하는 개정안을 제안했습니다. 징계와 직위해제뿐 아니라 전보, 보직 해임, 업무 배제, 재임용 거부, 근무조건상 차별을 불이익 조치로 명시하고, 조치가 예정됐거나 진행 중이면 관할 교육청이 일시정지를 명령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이뤄진 조치에는 취소와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교법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교원인사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하고, 사립교원의 징계 심의를 교육청의 공적 위원회로 옮기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사립학교 교사와 교육청 감사관실 근무 경험이 있는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는 자신의 해직 경험을 토대로 징계 심의의 교육청 이관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교육청이 학교 비위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재단은 이를 경징계로 바꿨고, 오히려 공익신고를 한 제가 해직됐다"며 "재단에서 교사를 내보내려고 할 때 징계위원회를 활용하는 만큼 교육청의 공적 위원회가 징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률에 금지 규정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 변호사는 형사처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행강제금 등 즉각적인 집행 수단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공익제보 교원이 원할 경우 다른 학교나 교육기관으로 파견해 학교 측과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이 같은 보호 장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립학교법뿐 아니라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보호 범위 자체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영기 이사장은 "사립학교법에 공익제보자 보호 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 자체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며 "인사 비리나 입시 비리처럼 공익성이 큰 문제를 신고하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 내 성폭력 의혹을 제보한 후 전보·해임됐던 지혜복 교사가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복직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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