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SMR 선점전…규제·조선·금융 묶은 'K-문샷' 띄운다
IMO 원자력선 규정 45년째…"국제규제·실증 선점해야"
2035년 SMR 선박 건조 목표…민관합동 SPC 설립 추진
산은 8800억 초장기펀드…초도호기·인허가·생산거점 구축 제안
2026-09-29 11:40:10 ㅣ 2026-09-29 14:15:02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해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을 선점하려면 원자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조선과 원자력, 규제와 인허가, 금융·공급망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이 해상 원자력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조선 경쟁력을 활용해 기술과 사업모델, 국제규칙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민주당 의원과 이헌승·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녹색전환(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4차 토론회는 '새로운 전력 미래 비전: 해상 SMR'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ABS "해양 원자력 주도권, 국제규제·실증·공급망 먼저 잡아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전현부기 ABS(미국선급) 극동아시아 해양본부장은 "해양 원자력의 주도권은 기술력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며 "국제 규제와 실증사업, 공급망, 항만 수용성, 국가 간 협력 체계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걸림돌은 낡은 국제규정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원자력선박코드는 1981년,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관련 규정은 1974년 만들어졌고 원자력 선박의 항만 입항 기준도 1968년 이후 실질적인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전 본부장은 "원자로 기술이 완전히 성숙될 때까지 규제가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규제 체계 개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MO가 원자력선박코드 개정에 착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8월 해상 원자력의 규제 장벽을 다루는 ATLAS를 출범시키면서 국제기준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ABS도 2024년 해양 원자력 관련 새 규정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5월 향후 원자로 탑재를 고려해 선박의 공간·중량·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원자력 탑재 준비(Nuclear Ready)'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전 본부장은 원자력 규제기관과 선급, 설계자, 운영자 사이의 책임과 기술적 경계를 초기 설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술개발 넘어 산업화"…민간 중심 생태계 전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동형 국가과학기술연구회 PD는 정부가 K-문샷의 원자력 분야 핵심 미션으로 SMR 선박을 선정하고 2035년 선박 건조 착수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산업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30~2040년대에는 어떤 선박으로 한국 조선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큰 질문"이라며 북극항로와 해상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까지 고려해 SMR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이 개발 중인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SR) 'MARINA'는 모듈당 전기출력 35메가와트(MW) 규모로, 선박 운항 기간인 25~30년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표준화된 원자로 모듈 수를 달리해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쇄빙선, 부유식 원전 등에 적용해 대량생산과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PD는 "기술개발만으로는 SMR 선박이 실제 물류 시스템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규제와 국제표준, 인력 양성, 손해배상, 핵연료주기까지 K-문샷에서 함께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공공 주도의 개발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민관합동 기술개발·사업화 전담 특수목적회사(SPC)를 내년 설립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용융염원자로 실증과 대형 선박 개발에 나선 반면 미국은 국제기준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이 PD는 한국도 IAEA ATLAS의 6개 프로젝트 그룹에 참여해 IMO·IAEA의 국제규칙에 국내 기술기준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증·공급망·규제·금융까지…"상용화 생태계 구축해야"
 
토론에서는 해상 SMR 상용화를 위해 실증과 기자재·핵연료 공급망, 정책금융, 인허가·안전기준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원자력 발전선이 추진선보다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민 수용성과 기자재 국산화, 핵연료 공급망을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제경 HD한국조선해양 팀장은 정부 주도의 실증 지원과 핵연료 관리·사고 책임에 대한 제도 정비를 제안했습니다. 김종원 삼성중공업 그룹장은 IMO 탄소 규제가 시장 수요의 핵심 변수라며 원자로·선박뿐 아니라 항만과 보험·규제까지 검증하는 '항로 실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득 산업은행 팀장은 장기간의 개발과 인허가 불확실성, 막대한 실증 비용으로 기존 벤처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며 15년 만기의 초장기 기술투자펀드 8800억원을 조성해 내년부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기술개발 초기부터 해상 특화 인허가·안전기준과 비상 지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신영 솔트포스코리아 지사장은 통합 인허가와 보험·손해배상, 초도호기(FOAK) 지원을 바탕으로 조선소에서 모듈형 부유식 원전을 제작하고 국내 공급망과 해외 수출로 연결하는 '한국 생산 거점'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정 의원은 "해상 SMR은 민간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도 함께 참여해 해외 원천기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며 "조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순 건조를 넘어 원천기술과 사업 권리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전환(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4차 연속토론회에서 박정 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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