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아이쿱자연드림의 자금조달 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합원 차입금 상환과 생산자 물품대금의 지급 지연이 불거진 가운데 아이쿱은 최근 특별출자 모집에 나섰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관련 법인에 흩어진 채무와 불투명한 자금 흐름,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감독·입법의 사각지대를 추적합니다.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아이쿱생협연합회 조합원 차입금 상환 지연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2월 발간된 사회적경제노동센터의 '아이쿱생협 경영 실태 분석과 이해관계자의 과제'에 따르면 연합회 측은 2025년 11월 전체 차입금을 약 3700억원으로 밝혔습니다. 이 중 조합원 차입금은 약 1800억원입니다. 계약상 채무자는 연합회와 여러 관계회사로 나뉘어 있지만, 이를 합산해 총액·만기·상환 능력·상환 지연 현황을 관리·공시하도록 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연합회가 관계회사 차입금 모집에 관여한 사안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상 재산·업무집행 사항에 해당하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했습니다. 다만 이 모집이 연합회 업무에 해당하는지와 차입금 최고한도 적용 여부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금융감독원에도 유사수신 여부를 가려달라는 진정이 제기됐지만 제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사회 의결이면 위법 어렵다"…공정위, 차입 한도 검토는 제자리
사회적경제노동센터는 지난 1월 공정위에 연합회가 지분 관계가 없는 주식회사의 조합원 차입금 모집에 관여한 행위가 생협법상 연합회 업무에 해당하는지, 관계회사 차입금까지 합산하면 대의원총회가 정한 차입금 최고 한도를 넘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민원을 냈습니다.
공정위는 3월 생협법 제42조상 '조합의 재산 및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이 민원이 제기한 사안이 이에 해당하면 생협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했습니다. 차입금 최고 한도 초과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와 생협법 위반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어서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정봉 사회적경제노동센터장은 지난 7일 공정위의 소극적 대응으로 조합원 피해가 발생했다며 후속 민원을 냈습니다. 이 센터장은 "공정위가 판단을 내리지 않는 사이 아이쿱생협그룹의 차입금 모집이 이어져 조합원 상환 지연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생협법은 총회 차입 한도와 이사회 차입 의결을 규정하지만, 관계회사 명의 조합원 차입금을 연합회 한도에 합산하도록 한 명문 규정은 없습니다.
2016년 당시 연합회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개별 조합원 차입마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과거 차입 건은 사후 의결과 총회 보고를 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당시에도 공정위 판단은 개별 차입의 의결 절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회사 차입금의 차입 한도 초과 여부와 생협법 위반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민원 처리 결과. (이미지=사회적경제노동센터)
재차입 때 A법인에서 B법인으로…그룹 차원 통합 공시 없어
아이쿱불공정경영대책위원회와 일부 조합원은 만기 뒤 재차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계약상 채무 법인이 다른 관계회사로 바뀐 사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 조합원은 "3년 만기 차입을 재차입하는 과정에서 채무 법인과 법인명·대표자가 변경된 사실을 입금 내역과 계약서를 대조한 뒤에야 알게 됐고, 새 채무 법인과 상환 책임, 지급보증 여부도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채무자가 바뀌는 재차입은 단순 만기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새 채무 법인의 재무 상태와 담보·지급보증, 상환 책임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연합회 대의원총회가 정한 차입금 최고 한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750억원, 2025년 500억원, 올해 700억원입니다.
사회적경제노동센터가 각 연도 대의원총회 자료집과 연차보고서, 연합회 내부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연합회와 관계 조직을 포괄하는 '세이프넷'의 조합원 차입금은 2024년 1582억원, 2025년 11월 약 18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대의원총회가 정한 차입금 최고 한도는 연합회 기준이고, 세이프넷 차입금은 관계 조직까지 합산한 수치여서 이를 곧바로 한도 초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관계 조직별 차입금을 합산해 관리·공시하는 제도가 없어 그룹 차원의 상환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22개 관련 법인의 지난해 말 조합원 차입금은 814억3600만원이지만, 이는 일부 법인 기준 수치입니다. 실제 상환 책임과 지급보증 여부도 계약서상 채무 법인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대전 서구 자연드림 대전둔산점 앞에서 아이쿱생협 조합원 차입금 상환 지연 피해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아이쿱불공정경영대책위원회)
금감원 진정 뒤 제재 없어…유사수신은 증거불충분 불기소
조합원 차입금의 유사수신 여부는 이미 2019년 금감원에 제기됐습니다. 이병훈 노무법인 무등 노무사는 연합회와 당시 오가닉클러스터 등이 조합원에게 이자를 약정하고 관계회사 차입금을 모집한 행위가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노무사는 "금감원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한 일시적 차입을 금융업으로 보지 않고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며 "제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노무사가 제기한 고발 사건에서 연합회와 오가닉클러스터, 협동지기상조회, 사회적협동조합 파머스쿱 등 4개 조직은 2020년 8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이는 유사수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아니라, 당시 고발된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처분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집 대상이 특정 직업군 등 일정 집단으로 제한돼도, 자금 모집의 구조상 희망자에게 참여 기회가 열려 있으면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상 '불특정 다수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도9769). 다만 아이쿱 차입의 해당 여부는 실제 모집 방식과 원금·이자 약정, 계약 내용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금감원은 비금융회사인 생협과 관계회사를 금융회사처럼 상시 검사하거나 유동성·건전성을 감독하지 않습니다. 공정위도 연합회만 감독할 뿐 주식회사인 관계회사는 같은 감독 단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생협법 개정으로 오는 11월13일부터 생협 관련 업무의 주무부처가 중소벤처기업부로 바뀌지만, 관계회사에 분산된 조합원 차입금을 통합 관리·공시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도 관계회사에 분산된 조합원 차입금을 통합 관리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개별 법인 단위의 절차 준수만으로는 전체 차입 규모와 상환 여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채무 법인 변경 고지와 관계회사 차입금을 포함한 통합 공시·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아이쿱생협연합회와 관계 조직에 법인별 조합원 차입금과 상환 지연 현황, 차입 한도 적용 기준, 지급보증·상환 책임, 통합공시·총액 관리 방안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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