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선 확장 땐 '패망'
2026-10-01 06:00:00 ㅣ 2026-10-01 06:00:00
중국의 소설 『초한지』와 『삼국지』를 보면 전선의 중요성은 명확하다. 『초한지』의 주인공인 항우는 당시 가장 막강한 세력이었던 초나라를 이끌었음에도 여기저기 적을 만들었던 탓에 결국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와 전국 제후 연합군에 포위돼 패배했다. 반면 『삼국지』에서 위나라 건국의 기초를 세운 조조는 세력화 초반 하북의 최강자 원소를 제거함으로써 위쪽 전선을 말끔히 정리했다. 이후 조조는 형주 등 남쪽으로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전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 여부는 중요하다. 전쟁으로 보면 공격 대상을 정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선이 많아질수록 정치인의 메시지 전달은 약화되고, 주목도도 떨어진다. 최근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그렇다. 야당인 국민의힘에 맞선 대치 전선과 함께 진보 진영 내 경쟁 전선, 이렇게 두 개의 전선이 현재 김 대표에게 형성돼 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9월 초부터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민티 07'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내내 출연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출연이라 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인 김 대표의 발언이기 때문에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민티 07'에서 김 대표는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질문도 최근 맞닥뜨린 현안이 주를 이룬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추미애 경기지사와 유시민 작가의 발언,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답변은 거침이 없다. 오전 일찍 나오는 김 대표의 발언에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선 각 당의 회의를 통해 즉각 반응한다. 이 지점에서 진보 진영 내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이 확대·재생산된다.
 
김 대표가 '민티 07'에서 아무리 경제정책을 이야기해도 대중의 관심은 진보 진영 내 갈등에 쏠린다. 당의 정책과 국정을 홍보하겠다는 '민티 07'의 원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민주당의 우원식 전 국회의장과 임미애 의원은 김 대표의 메시지에 대해 변화를 주문했다. 요약하면 말을 줄이고 말의 수위도 조절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 대표의 메시지가 향하는 방향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의 전면전, 그리고 진보 진영 내 경쟁이라는 두 개의 대치 전선 속에 김 대표의 메시지마저 난사된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전선을 더 확장한다면 패망은 불가피하다.
 
한 가지 더. 당대표로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대표는 자신의 메시지도 다양하다 보니 현재 어디에 집중하는지 난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현안들로 전선이 여러 개로 형성되다 보니 손에 잡히는 뭔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가 전선을 확대하기보다 진보 진영 내 정비와 민생 현안 대응에 집중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민생 성과를 부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김 대표가 진보 진영 내 갈등을 후벼 팔 정치적 메시지는 줄이고, 경제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을 아우르는 여당의 안정적 리더십, 김 대표가 현재 시기에 보여야 할 행보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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