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K석화①)(단독)사업재편 1년…고부가는 미국, 범용은 중국
미국산 POE·POP 수입량 20.6% 뛰어
범용 PP도 중국산 수입량 48.9% 급증
설비 줄이는 사이 고부가 공급망 ‘공백’
2026-08-24 06:00:00 2026-08-24 06:00:00
지난 2024년 12월,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뒤 지난해 8월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최대 25% 감축하고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석화업계 현주소는 ‘샌드위치’와 ‘자금 가뭄’으로 요약됩니다. 고부가 제품은 미국에, 범용 제품은 중국에 안방을 내주는 사이 투자를 위한 외부 자금줄도 말랐습니다. 진퇴양난에 놓인 K석화의 오늘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_편집자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와 석유화학업계가 과잉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본격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내 시장의 해외 공급망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고부가 기능성 소재는 미국산 수입에 기대는 반면, 범용 제품은 중국산 유입이 늘어나는 ‘샌드위치’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비 감축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고부가 전환의 핵심인 기술력과 생산설비는 따라오지 못하면서 수입산에 안방을 내주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픽=챗GPT)
 
24일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발간한 ‘2026 석유화학 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폴리올레핀 플라스토머(POP) 수입량은 7만6141톤으로, 2024년 6만4347톤보다 18.3% 증가했습니다. POE·POP는 범용 PE·PP보다 기술장벽이 높은 ‘기능성 폴리올레핀’으로, 고부가·스페셜티 소재군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미국산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미국산 POE·POP 수입량은 4만6858톤으로 직전 연도(3만8865톤)보다 20.6% 늘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4%에서 61.5%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전체 수입 증가분(1만1794톤)의 약 68%(7993톤)를 미국산이 채웠을 만큼 특정 국가 쏠림이 심화한 모습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 이어 캐나다산이 1만570톤(13.9%), 스페인산 6115톤(8%), 태국산 4516톤(5.9%), 중국산 3656톤(4.8%)으로 집계됐습니다. 
 
POE는 태양광 모듈 봉지재를 비롯해 자동차와 전선 등으로 활용처가 확대되면서 국내 석화업계가 고부가 전환을 위해 육성하는 대표적인 기능성 소재입니다. 국내에서는 LG화학(051910)이 충남 대산공장의 대규모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한화솔루션(009830)과 협력해 파일럿 공장을 완공하고 상업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LG화학의 POE. (사진=LG화학)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산 잠식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대표 범용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의 중국산 수입 물량은 2024년 7473톤에서 지난해 1만1126톤으로 무려 48.9% 급증했습니다.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5%에서 20.1%로 5.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PP와 달리 POE 같은 특수 고부가 제품은 소수 기업만 제한적으로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생산처가 공장 정기보수에 들어가 공급을 일시 축소하기라도 하면 기존 거래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입산을 대체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또 고부가 품목은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의 증설 여파 등에 따라 수출입 물량이 급변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POE는 고부가가치 제품군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하위 단계에 속함에도 우리가 그동안 거의 공략하지 않던 분야”라며 “국내 수요가 늘어나는데 국내 업체들이 공급을 못 맞추다 보니 미국산 제품이 유입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올레핀은 고부가 전환을 위해 진입해야 하는 1차 타깃으로 장기적으로는 이를 넘어 더 높은 등급의 고부가 제품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부족하다”며 “설비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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