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이 11일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22회 함상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 세력은 각자 고유한 정책 철학을 갖고 있고 이 점은 국방정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에 여야가 없고, 진보 보수도 없다고 두루뭉술하게 뭉뚱그리기도 하는데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민주 정부와 보수 정부는 국방정책 기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첫째, 대북정책과 군사적 긴장 관리 방식입니다. 민주 정부는 강한 군사력을 건설하되,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정세를 안정시키고 평화적으로 공존한다는 투 트랙(두 경로 병행)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남북한은 우발적으로 군사 충돌할 가능성이 늘 있죠. 문재인정부 때는 우발적 충돌이 전면적 군사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접경지역에 완충지대를 두는 내용으로 북한과 9·19 군사합의를 맺었습니다.
보수 정부는 힘의 우위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습니다. 국민의힘 계열 국방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9·19 군사합의 무용론을 폈고 윤석열정부는 이 합의가 효력을 잃도록 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확성기 방송 시행을 비롯해 대북 응징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남북한 사이에는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졌죠.
둘째,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에서도 달랐습니다. 민주 정부는 대체로 자주국방과 전작권 회복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습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한국 방위를 우리가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했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정부 모두 전작권 회복 일정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일정대로 시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보수 정부는 한국의 책임과 독자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미국 군사력을 붙들어 놓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중에 걸려 있던 전작권 회복 일정을 뒷날로 미뤄버렸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전작권 회복 업무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손을 놓았습니다.
지난 2024년 6월28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첫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셋째, 주변국 관계와 동아시아 지역 안보 전략에서도 달랐습니다. 민주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삼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도 협력해 나간다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전임 정부에서 단절하다시피 했던 한·중 정상 외교를 이재명정부는 다시 진행했습니다. 한·일뿐만 아니라 한·중 군사 당국자 사이에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보수 정부는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한·미·일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중국·러시아와 갈등이 생기더라도 자유주의 진영의 안보협력망에 분명히 서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윤석열정부 때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필자는 문재인정부 때 국방부 소속 기관인 국방홍보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당연히 민주 정부의 안보 전략이 더욱 합리적이며 효율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민주 정부의 정책 논리만 존재하는 게 아니죠. 그래서 보수 정부 쪽 전문가가 발표하는 글을 찾아 읽고 세미나 같은 학술 행사도 종종 찾아다닙니다. 세상에 여러 담론이 존재하는 것을 알아두고 그 가운데 장점을 취하면서 내 견해를 발전시키기 위함이죠.
그런데 국방 분야 학술 행사나 간행물 동향을 보면 걱정스러운 현상이 있습니다. 학술 행사나 간행물을 통한 정책 논의를 담론의 무대, 또는 정책 공론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민주 정부가 집권했느냐 보수 정부가 집권했느냐에 관계없이, 정책 공론장은 보수 한 색깔 담론이 지배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외교나 통일, 경제, 교육과 같은 다른 분야는 그렇지 않죠. 국방 분야가 특수한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26년 5월에 국방대학교의 한 연구소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미국, 일본, 한국 안보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했죠. 한·미·일 안보협력 아이디어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맞서 자유주의 진영이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영 경쟁 논리가 깔려 있죠. 보수 정부에서 많이 강조했고 특히 윤석열정부가 정책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삼을 정도로 이 주제에 열의를 보였습니다.
국방대학교 세미나 기획과 진행 상황을 보니,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미·일이 힘을 합치려는 듯한 모양새가 도드라졌습니다. 이런 모양새를 자주 만들면 동아시아 정세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죠. 한·중 정상 외교를 활성화하고 한중 국방부 당국자 대화도 진행하는 이재명정부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국방 전문지 국방일보를 보면 육해공군, 해병대와 여러 국방 기관이 주최하는 학술 행사를 많이 보도합니다. 해군 함상 세미나 같은 행사 말이죠. 이런 행사들도 정책 담론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을 줍니다. 국방 분야에도 민주 정부 정책과 보수 정부 정책이 명백하게 따로 있는데, 일선 기관 학술 행사장에 가보면 민주 정부 아이디어는 찾아보기 어렵고 보수 정부 아이디어 위주로, 마치 세상에 그런 종류 아이디어 하나만 있는 듯이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관성이 굳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한쪽 담론만 편식하면 정책을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담론을 소개하고 이해하며 그 가운데 장점을 취하려고 해야 합니다. 국방 분야 학술 행사와 간행물에서부터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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