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신은 혼미해지고 온몸엔 식은땀…인생에서 가장 긴 20초"
하늘을 날기 위한 첫 관문, 비행환경 적응훈련 체험기
2026-07-03 06:00:00 2026-07-03 06:00:00
본지 이석종 기자가 지난 1일 충북 청주 공군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비행환경 적응훈련 중 가속도 내성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공군)
 
[청주=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교육과 훈련을 거칩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훈련이 '비행환경 적응훈련'입니다. 조종사들은 실제 훈련기를 타고 하늘을 날기 전 가장 먼저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인근의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이 훈련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가속도 내성훈련, 공간감각상실(SD)훈련, 저압실 비행훈련, 야간시각훈련, 비상탈출훈련 등을 통해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3차원 입체 공간인 공중의 극한 환경을 접합니다. 이 훈련을 통해 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음속의 몇 배로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항공기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차를 숙달합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신체적 자격 검증과 기초 필수 관문 역할을 하는 이 훈련을 지난 1일 공군의 협조를 받아 체험해 봤습니다.
 
훈련의 백미는 항공기가 고속으로 기동할 때 조종사에게 중력의 6배로 가해지는 압력을 이겨내는 가속도 내성훈련이었습니다. 지난 20년 사이 이미 세 차례나 이 훈련을 경험했지만 훈련 장비에 탑승하기 전 긴장감은 그대로였습니다.
 
조종복을 갖춰 입고 F-16 전투기의 조종석과 유사하게 꾸며진 훈련 장비에 탑승하자 훈련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과거에 훈련을 해보셨죠? 의식상실(G-LOC)을 경험하셨네요." 앞서 작성한 문진표에 G-LOC 경험이 있다고 기록한 것을 본 것입니다. 11년 전인 2015년에 체험했던 마지막 훈련에서 '기절'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긴장이 공포로 변했습니다.
 
"이제부터 장비가 움직입니다. 머리 움직이시면 많이 어지럽습니다. 머리는 고정하시고 시선도 한 군데 집중하십시오"라는 교관의 말과 함께 살짝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훈련 장비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겁니다. 1.4G(중력의 1.4배)에서 시작한 계기판의 숫자가 올라가더니 4G를 찍었습니다. 
 
"압력을 만들고 유지하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유지하는 시간 주세요. 호흡 교차. 호흡 교차." 온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고, 사전 교육에서 연습했던 L-1 호흡법을 시도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4G까지 서서히 압력을 올리면서 적응력을 높이는 연습은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호흡 한 번 하겠습니다. 지금 컨디션은 어떠십니까?"라는 교관의 물음에 짧게 "좋습니다"라고 답하자 6G 환경에서 20초를 버텨내야 통과하는 본훈련이 시작됐습니다.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를 넘어 복부와 가슴까지 강한 힘을 줘서 압력을 만들어야 머리에서 혈액이 빠져나가 의식을 잃는 G-LOC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몸을 그 상태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종간을 당기는 순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에 조정간을 잡은 손을 쉽게 당길 수 없었습니다.
 
"사전에 L-호흡법으로 복압과 흉압을 만든 상태에서 당기셔야 됩니다. 초반 5~10초 정도만 좀 집중하면 그다음에는 심혈관 반사 반응도 완전히 활성화되고 조금 더 편안해질 겁니다." 조종간을 당기자 교관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습니다. "호흡하시고, 훕! 압력 만들고, 좋습니다. 잡아주는 시간 주면서, 하체 힘주고! 계속 하체랑 복부 힘 강하게 주십시오…." 눈앞 계기판을 보니 6G.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리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20초를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야가 흐려져 갈 때쯤 "힘 빼면 안 됩니다! 힘 빼면 안 돼!"라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시 이를 악물었습니다. "훕! 훕! 훕!" L-1 호흡법인지 살기 위해 토해내는 숨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이렇게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20초가 흘렀나 봅니다. "자, 이제 스틱 놓고 심호흡하겠습니다"라는 교관의 목소리에 온몸의 힘이 풀리면서 후들거렸고, 입고 있던 비행복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져 있었습니다. 이 훈련을 체험할 때마다 느끼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공군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 마련된 가속도 내성훈련 장비. (사진=공군)
 
극한 비행환경 대응능력 키우는 필수 과정
 
전투기 조종사를 비롯한 공중 근무자들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중력가속도, 공간감각상실(SD), 저산소, 기압 변화 등 지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3차원 공간의 비행 환경에 노출됩니다. 인체의 생리적·심리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환경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임무 수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공군은 비행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중 근무자를 대상으로 비행 환경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훈련은 실제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교육 대상과 목적에 따라 조종사 과정, 가속도 내성훈련 과정, 비행환경 적응훈련 교관 양성 과정, 항공의무요원 과정, 승무원 과정, 고공강하요원 과정, 항공촬영사 과정, 항공기 탑승 과정 등으로 구분됩니다.
 
교육생들은 각 과정에서 가속도 내성훈련, 공간감각상실훈련, 저압실 비행훈련, 야간시각훈련, 비상탈출훈련 등 실제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체험합니다. 이를 통해 비행 환경에서 나타나는 신체 반응과 위험 요인을 이해하고, 비상 상황 발생 시 필요한 대응 절차를 숙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호흡 및 시력 장애 등 인체 생리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이해·체험하고, 가속도 내성증진법(AGSM·Anti-G Straining Maneuver)을 숙달하는 가속도 내성훈련 외에도 다양한 과목 훈련을 받습니다.
 
비행 중 인체 평형기관이 실제와 다르게 정보를 인식하는 현상을 체험하고, 대처법을 익히는 공간감각상실훈련, 높은 고도에 올라갔을 때 기압 변화에 따른 변압증, 저산소증 등 인체의 장애 현상을 고공저압환경장비를 이용해 체험한 뒤 올바른 대처 능력을 함양하는 저압실 비행훈련 등입니다.
 
이 밖에도 야간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을 체험하는 야간시각훈련, 항공기 이상 등으로 비상탈출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비상탈출훈련 등을 통해 교육생들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함양하게 됩니다.
 
황현정(소령) 고공생리훈련과장은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는 조종사와 동승 근무자들에게 양질의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제공해 대한민국의 항공 안전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며 "극한의 환경에서도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고 있는 공군 장병들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청주=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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