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건전성 높이려 증자했는데…포용금융 압박에 1조 수혈 무색
2026-07-07 13:58:06 2026-07-07 15:07:4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본금을 수혈받았지만 금융당국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압박에 자본 확충 효과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관련기사: ☞(단독)농협중앙회, 금융지주에 1조원 증자 추진)
 
5대 금융지주 중 자본건전성 최하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과 채무조정, 정책서민금융 기여도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별 포용금융 실적을 비교·평가하고 우수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포용금융 실적을 사실상 '성적표' 형태로 공개하면 금융사 간 공급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각 금융사가 자체 경영전략에 따라 추진했던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이 앞으로는 금융당국의 평가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농협금융도 이미 포용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 중 생산적금융에 93조원, 포용금융에 15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1분기에만 생산적·포용금융 분야에 7조원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생산적금융에 이어 포용금융까지 확대할 경우 농협금융의 자본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가장 낮은 상황에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정책금융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대출과 벤처투자 등 생산적금융은 물론 중·저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포용금융도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RWA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본 확충 없이 RWA가 빠르게 늘어나면 CET1비율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농협금융의 자본 여력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취약한 상태입니다. CET1 비율은 금융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데요. 지난 1분기 말 농협금융의 CET1비율은 12.03%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말 12.25%에서 올해 1분기 12.03%로 0.22%p 하락했고, 2023년 말 12.90%와 비교하면 0.87%p 떨어졌습니다.
 
반면 KB금융지주(KB금융(105560)) 13.63%, 우리금융지주(316140) 13.60%,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13.19%, 하나금융지주(086790) 13.09% 등 다른 지주들은 대부분 13%대를 기록했습니다. 
 
자본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RWA 증가 속도가 빠른 점도 부담입니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RWA는 약 224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했습니다. 순이익과 자본이 늘어도 영업 확대에 따라 RWA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CET1비율 개선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농협금융에 1조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했습니다. 농협금융은 확보한 자금을 주요 계열사에 배분해 자본적정성을 높이고 생산적금융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습니다. 농협금융이 신주를 전액 인수하고 농협은행은 확보한 자금을 기업여신과 중소기업·중저신용자 대상 금융 공급 등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당·농지비 구조에 자본관리 한계
 
이런 상황 속에서 농협금융의 1조원 증자는 자본비율 방어에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초 증자는 자본적정성을 높이고 생산적금융 확대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포용금융까지 정량평가 대상이 되면서 추가적인 자산 확대 압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농협금융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배당금과 농업지원사업비 형태로 다시 중앙회에 이전됩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금융 계열사들이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중앙회에 납부하는 비용입니다. 금융계열사의 영업수익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농협금융의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급한 농지비는 6503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습니다. 직전 5년치 농지비 부담을 보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2021년 4460억원이던 농지비는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72억원, 2024년 6111억원으로 불과 5년 새 2000억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올해부터 농협법 개정으로 농지비 상한 비율이 기존 2.5%에서 3%로 상향되면서 농협금융의 부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8000억원 안팎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중앙회에 지급하는 배당금까지 더하면 농협금융에서 중앙회로 이동하는 자금은 연간 1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지난해 배당과 농업지원사업비 등을 합해 1조3000억원 이상이 중앙회로 이전된 것으로 집계됩니다. 농협금융의 연간 순이익과 비교하면 절반 안팎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는 자본비율이 목표 수준을 밑돌 경우 위험가중자산 성장 속도를 조절하거나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농협금융의 경우 단일 주주인 중앙회의 자금 사정과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받았지만 자본건전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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