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의 역습)③"상폐 현실성 없어…신규 진입 문턱부터 높여야"
기본예탁금 상향·투자자격 강화 등 보완책 무게
거래소 "공익 목적 상장폐지 적용 대상 아니다"
금융위 업계 의견 수렴…투자자 보호방안 논의
2026-07-14 17:22:00 2026-07-14 17:22:00
[뉴스토마토 김진양·김주하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부작용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품 퇴출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강제 퇴출은 기존 투자자의 손실을 확정하고 정책 신뢰성까지 훼손할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 자격 강화, 투자 대상 확대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제언입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제기한 '삼전·하닉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은 "상장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책의 신뢰성 문제도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제도를 보완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물시장도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인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1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며 "기본예탁금을 높이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상품을 상장폐지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거래소도 상장폐지 적용 가능성에는 부정적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ETF를 상장폐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거래소는 해당 조항이 현재와 같은 시장 변동성 확대 상황을 상정한 규정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투자상품의 가치가 사실상 사라지거나 환금성이 없어지는 등 매우 예외적인 상황을 상정한 규정"이라며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적용하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해당 규정을 적용할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상장 유지 여부를 협의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상장폐지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진입 요건 강화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일정 기간 레버리지 ETF나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로 거래를 제한하거나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9일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정부 레버리지 ETF 규제안'에서도 기본예탁금 5000만원 상향, 의무 교육 도입 등의 내용이 중심이 됐습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같은 날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정부 레버리지 ETF 규제안 및 국민성장펀드'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금융위는 "관계기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운영 상황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자자 추가 보호 필요성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투자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현재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 집중된 자금을 다른 종목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품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김민수 레몬리서치 대표는 "이미 상품이 출시된 이상 상장폐지 가능성은 없다"며 "다른 주도주가 등장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동하거나 다른 종목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해 투자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제도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대외적인 발언은 최대한 아끼는 모습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ETF가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산운용사의 역할과 책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투자자는 ETF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크게 의존한다"고만 지적할 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여파에 대해서는 직접적 발언을 피했습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강경한 발언을 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용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약 2주간 시장 전문가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투자자 등을 비공개로 만나 시장 상황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권 부위원장은 <뉴스토마토>의 질의에 "비공개로 업계, 전문가, 투자자 의견을 경청 중"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현장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금융당국이 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은 필요한 절차"라며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시점인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5월27일 상장됐다. (시진=뉴시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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