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당정이 대기업 지주회사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적용되는 지분 100% 보유 의무를 완화해 외부 투자 유치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재계에서는 호남 반도체 팹과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첨단산업 프로젝트의 투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군 공항 인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부지.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당정은 해당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중점 처리할 방침입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반도체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주회사 자금조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적용되던 지분 100% 보유 의무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외부 법인(증손회사)을 설립할 경우 지분을 전량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첨단 공장 건설도 기업이 단독으로 자금을 부담해야 해 투자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정한 첨단기업에 한해, 증손회사의 주사무소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의 비수도권 지역에 둘 경우 손자회사가 지분을 50%만 소유해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됩니다. 나머지 50%는 외부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정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방지하기 위해 ‘비수도권 투자 의무화’ 조건을 걸고, 산업부 심사 등을 거치도록 하는 ‘이중 심사 장치’ 등 요건을 두는 방식으로 규제 완화 대상을 제한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첨단산업 프로젝트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는 지주회사인
SK(034730)㈜ 아래
SK스퀘어(402340)를 거치는 손자회사로, 향후 호남 반도체 팹 추진 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경우 외부 투자자와 공동 출자가 가능해져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SPC를 세우더라도 현행 제도에서는 손자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기 어려웠다”며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 SI나 FI와 공동 투자할 수 있어 투자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특정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취지”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에서는 외부 자금 조달 등 투자 방식이 다양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일반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이번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닙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