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약물·알코올 중독 느는데…서울시, 중독 사업 예산 축소
회복자상담가 자치구 이관에 사업 중단·축소…"13년 회복 노력 무너뜨려"
2026-07-27 13:38:30 2026-07-27 17:23:54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서울 내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 및 게임 등 이른바 4대 중독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는 13년가량 진행해 온 중독 사업 예산을 축소한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국내 중독 관련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업이 대폭 축소되거나 심하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회복자상담가' 사업 예산을 지난해 2억7900만원에서 올해 1억7200만원으로 38% 줄여 하반기 예산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회복자상담가 사업이란, 서울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입니다. 20여명의 회복자상담가를 25개 자치구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지역자활센터 등지에 주 1회 2명씩 파견해 중독자 재활을 돕는 것을 말합니다. 그간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해 자치구로 회복자상담가를 파견해 오던 방식은 상반기까지만 유지하고, 다음 달부터 각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예산으로 자체 사업을 운영토록 한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22년 776건 △2023년 942건 △2025년 1004건 등 회복자상담가 사업의 관리 목표를 높여왔습니다. 지난해에만 2141회, 8057건의 서비스가 제공됐습니다. 이처럼 효과가 있는 사업에 대해 스스로 예산 축소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중독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업이 중독자 회복에 효과가 있음에도 서울시는 전문가 및 당사자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 축소를 추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홍 인천참사랑병원 소속 정신건강사회복지사도 "서울시가 충분한 준비와 예산 없이 자치구 이관을 추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가 올해 ‘회복자상담가’ 사업 예산을 지난해 2억7900만원에서 올해 1억7200만원으로 축소, 자치구 사업으로 이관하면서 13년간 지속해온 중독자 회복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서울시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 관계자는 "서울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오랜 기간 일방적으로 회복자상담가를 파견하면 자치구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굳어져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자치구에서 직접 필요한 인력에 인건비를 주며 주도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게 정신건강 사업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회복자상담가 활동비는 관련 예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예산 부담이 크다"며 "중독 관리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예산이 집중되면 중증 정신질환자 회복 및 관리 등 다른 사업에 지장이 발생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예산 축소의 여파는 당장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마포구와 관악구는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나머지 자치구도 회복자상담가의 주당 활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활동 인력 축소, 교통비 지원 중단을 진행 중입니다. 또 서울에 위치한 4곳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파견할 회복자상담가의 올해 인건비는 서울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감당하지만, 내년부터는 서비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한 회복자상담가는 "서울시가 각 자치구 이관으로 사업을 축소하면서 자치구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복자상담가 사업은 서울시의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한 초기 사업으로, 이대로 가면 자치구별 서비스 품질의 차이와 더불어 사업 존폐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4대 중독 '빨간불'…서울시 "정신건강은 지역에서"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이달 발표한 서울의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도박중독 진료 환자는 2020년 1661명에서 2024년 3391명으로 약 2배 늘었고, 청소년 환자는 98건에서 267건으로 약 3배 증가했습니다. 시립창동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2025 서울시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잠재 위험이 32.7%, 고위험이 7.1% 등으로, 서울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시민의 병적 음주 평생 유병률은 13.4%로, 2023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서울시 위험음주·알코올 사용장애군 비중은 51.1%로 나타났습니다. 마약중독 진료 환자의 10명 중 7명이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수면제·신경안정제·식욕억제제 등 의료용 처방약 오남용도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울 인구 밀접 지역에서 하수 채수를 통해 검출한 마약류는 △암페타민계(필로폰) 2종 △합성칸나비노이드계(합성대마) 1종 △아릴사이클로헥실아민계(케타민 계열) 1종 △케치논계 3종 △코카인계 1종 등 총 8종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울이 중독에 취약한 상황에서 국내 중독 전문가들은 과연 회복자상담가 사업 축소가 시기적절한 조치냐고 지적합니다. 국내 중독 관련 12개 단체는 "서울시가 지난 13년 이상 축적해 온 회복 지원 체계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신건강 정책은 지역에 밀착돼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 관계자는 "자치구마다 지역성을 고려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서울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지 직접 사업 투자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앞서 지적된 자치구별 서비스 불균형과 관련해서는 취재가 시작되자 "재정 자립 부족 자치구의 중독자 현황이 높은 곳은 지원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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