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문제의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정권 차원 모종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 후보자 지명 관련, 의아한 점 몇 가지 짚어본다. 열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1. 최근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 5년 전 일이고, 강모 교수와 양모씨(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후보자를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 등 관련자들 형사재판이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데 청와대는 과연 김 후보자 관련성을 모르고 지명했을까. 인사 검증에서 고소 고발이나 재판 계류 건은 가장 먼저 살핀다.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이해가 잘 안 된다.
2. 검찰은 왜 김 후보자를 기소조차 안 하고 끝냈나. 영장 기각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시 세종메디컬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은 김 후보자에게 징역 8월을 구형하려 했던 게 검찰 결재 라인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기소유예로 크게 약화됐다. 무슨 상황 변화로, 또는 누구의 지시나 영향력으로 실형 구형에서 기소조차 안 하는 걸로 바뀌었을까.
3. 한동훈 의원이 폭로 자료를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관심사다. 검찰이 수사와 처분까지 끝난 사안을 캐비닛에 넣어뒀다가 이렇게 써먹는다? 검찰개혁 강경파나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추진파에 불만을 품은 일부 검찰의 제보? 여러 추측과 ‘카더라’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제보 입수 과정에 어떠한 불법도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즉생, 일전 불사의 기세다.
항간에 ‘검찰 캐비닛’ 관련 추측이 많다. 실제 그런 캐비닛은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에나 있었지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게 검찰 주변 얘기지만, 수사 과정에서 획득된 팩트나 얘기들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수사자와 보고 선상 인물들의 기억·기록·문서 등으로. 통상 사건 수사자 이외 사람들의 특정 사건 수사 자료 접근·유출은 일반의 추측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이번 폭로를 보니 한두 줄 귀띔 정도가 아니라 자료가 통째로 건네진 게 확실시된다. 당시 보고 계선상 누군가가 제보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자료 관리 파트에서의 유출을 상정할 수 있다.
설령 불법 유출이라 해도 김 후보자 관련 팩트나 증거가 사라지는 건 아닐 게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불법 유출이기에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식의 ‘독수독과론’에 기대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재판정에서 적용되는 원칙이지, 현 상황과는 사정이 좀 다르다. 유출은 유출이고 청탁은 청탁이다. 두 사안은 각각 따로 따지고 조사하면 된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취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구나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청탁이 “공익 민원”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공익 민원? 해괴한 소리다. 안 그래도 민심이 사나운데 너무 안이하다. 김승원 후보자가 말했다. “국부 유출 막기 위해 식약처장에게 전화한 것”이라고. 그럼 늦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훈장 정도는 주는 게 맞지 않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민주당 대응, 한심한 수준이다. 시민을 그렇게 무지랭이로 보면 안 된다. 무지랭이로 보고 밀어붙이던 사람, 지금 어떻게 됐는지 뻔히 보고 있잖나. 왜 이렇게 비슷해지고 있나.
이상 세 가지,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다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났거나, 비서진의 정무 감각이 떨어지거나, 최종 인사권자의 고집이 지독히도 세거나….
소통은 말을 자주,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겸손하게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걸 자주 잊고 자기 말들만 한다.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되고 어렵다. 대개 힘이 센 측은 자기가 먼저 말하고 상대는 잘 듣고 받아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진적 정치이자 문화다. 청와대가 성찰할 대목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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