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배덕훈 기자]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한국 공습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국판 IRA’(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대상에서 전기차가 최종 제외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까지 폐지가 예고돼 생산과 소비 양면에서 지원이 끊기게 됐습니다. 당면한 ‘이중고’로 완성차업계 일각에서는 생산기지의 ‘탈한국’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또한 IRA 지원 대상에 포함된 이차전지 역시 전기차가 빠진 상태에선 밸류체인 시너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다, 국내생산·국내판매 한계와 직접 환급 제도가 제외된 점 등을 두고 실효성 논란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서울의 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신설됐다고 7일 밝혔습니다.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라 불리는 국내생산세액공제는 녹색전환과 경제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유망산업이나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대 분야에 적용됩니다. 내국인이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하는 요건을 충족하면 생산량과 기준공제액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 규모가 결정되며, 적용 기한은 2036년 말까지입니다.
중, 공세에도 배제…“실망감 커”
하지만, 전기차가 한국판 IRA 대상에서 최종 제외되면서 완성차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면서 ‘안방 시장’ 사수에 적신호가 켜진 탓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차는 6만9513대에 달합니다. 전년 대비 178.7% 급증한 수준으로 전체 전기차 신규 등록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6.8%에서 35.0%로 커졌습니다. 반면 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63.9%에서 올해 57.5%로 낮아졌습니다.
정부는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구매 보조금 등 기존 지원책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를 한국판 IRA에서 최종 제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완성차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입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 아쉽다”며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만 배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국제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BYD차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품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중국 기업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유사한 생산 촉진 세제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한데, 우리나라만 특정 업종을 배제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개소세 종료…‘엎친 데 덮친 격’
한국 완성차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내년부터 소비자 판매와 직결되는 친환경차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 혜택이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9년 전면 폐지될 예정으로 향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여전한데다, 조기 소진시 혜택을 받기 어려워 개소세 종료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완성차업계는 세제 지원 제외와 개소세 종료로 인해 생산 단계에서의 인센티브와 소비 단계의 혜택이 사라지는 ‘이중고’를 맞게 됐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BYD·지커·체리·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것과 맞물려, 안방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생산·판매 지원 제외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약해져 ‘탈한국’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뒤따릅니다.
이번 전기차가 제외된 IRA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차전지가 지원 대상에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나, 전기차가 제외되면서 밸류체인 전반 경쟁력 강화 시너지도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배터리업계는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자재부터 전기차 같은 최종 제품까지 아우르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SK온의 액침 냉각 배터리팩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그동안 관세 장벽과 현지 보조금을 감안해 국내외 생산 비중을 조절해 온 만큼, 국내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아 실제 보조금 지급이 아닌 세액 공제 형태의 지원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년 째 이어진 적자로 신규 공장 투자에 나설 여력도 크지 않다는 것이 배터리업계의 설명입니다.
이차전지 포함…“실효성 크지 않아”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원 대상 품목에 포함된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국내 생산은 대부분 연구개발(R&D)와 파일럿 라인 위주인 데다 판매 역시 내수용이 많다 보니 사실상 적자 상태에서는 세액 공제 자체의 실효가 크지 않다”며 “그동안 미국 IRA처럼 세액 공제분을 현금으로 환급 받거나 제3자에 양도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해 왔는데, 이번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경제계는 이번 한국판 IRA 신설에 대해 생산 단계에서의 지원책 마련 취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고 후속조치를 당부했습니다. 경제6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의 생산기반을 자국에 두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투자 단계 중심의 세제 지원을 생산 단계로 넓힌 이번 결정은 반도체·이차전지·태양광발전·풍력발전·AI 로봇부품 등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과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이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도의 효과가 산업 현장에서 조기에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격품목과 기준공제액 등 세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표진수·배덕훈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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