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정부가 세수 호황에 따른 추가 재원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로 하면서 울산의 재정자율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기금을 통해 다시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정부가 용도를 정하는 일반재원이 중앙정부 주도의 재원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재정분권 기조와 충돌한다는 비판입니다.
9일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위한 지방교부세 산정방식 개편은 지방의 재정결정권을 약화한다”며 관련 법안의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세수 가운데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되, 해당 금액은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내국세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울산시민연대는 이 방식이 도입되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더라도 지방정부에 배분하기 전에 중앙정부 기금으로 먼저 빠져나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방교부세가 울산시 재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역의 자체 사업 추진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6년 배분 조건을 토대로 추계한 결과 미래대응기금 전출에 따른 전국 보통교부세 감소 효과는 약 29조6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금이 없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비교한 수치로, 울산의 감소 효과는 약 6000억원으로 분석됐습니다. 경북은 4조7000억원, 전남 3조8000억원, 경남 3조4000억원, 강원 3조1000억원, 전북 2조7000억원, 충남은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시민연대는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모두 경상지출에 사용하지 않고 장기적·전략적 투자에 활용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했습니다. 다만 약 30조원에 이르는 지방재정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지방정부별 영향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고, 입법예고 기간도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에 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지방교부세처럼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줄고 중앙정부가 사업과 용도를 정하는 재원이 늘어난다면 실질적인 재정분권은 후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74.7대 25.3에서 7대 3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8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면서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이에 대해 2027년도 지방교부세가 올해 본예산보다 7조8000억원 늘어난 77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지역별 배분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에 따른 지방재정 충격을 줄이고 지역 산업과 일자리 등에 투자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입니다.
울산시민연대는 “지방세 비중을 높이는 것만으로 재정분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방교부세 등 자주재원을 확대하고 지방정부의 재정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회가 미래대응기금 설치·운용법안과 지방교부세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별 재정 영향을 공개하고, 재정분권을 후퇴시키지 않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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