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 전환 시대, 정답 세대와 불확정성
2026-09-18 06:00:00 2026-09-18 06:00:00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눈부신 발전의 핵심에는 디지털 정보의 축적과 활용에 있어서, 가장 수용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혁신성이 있어왔다. 다양한 생활 정보를 축적하고 연결하여 디지털화하고, 이를 다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공유하는 데 우리 사회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왔다. 이것을 통해 한국 사회 발전의 동태성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해왔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아날로그 문서에 의존하여 행정을 처리하거나, 종이 전화번호부를 사용하거나, 아날로그 열쇠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게시하고, 지하철에서는 내가 탑승할 열차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생활의 편리함뿐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축적되어 온라인으로 확인되는 정보에 대한 활용 능력으로 디지털 정보 세대는 어떤 질문이 주어지면 검색엔진이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해당 정보에 대해 검색하여 해결방안을 찾는 데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해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정보가 재구성되고, 그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AI 활용이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가르는 AI 전환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일반 대중과 AI가 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 챗GPT 3.5가 공개된 것이 2022년 11월이니, 불과 3~4년 전 시작된 AI 대중화 시대는 이제 일상생활 속에 파고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검색엔진을 사용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 학기 기말고사 채점을 하던 중 문득 “이 보고서를 읽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획일적인 답이 눈에 띄었고, 오류도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10여년 전 종이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은 폐기하고, 모든 검색 가능한 자료를 활용해 답안을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진행해 왔다. 또한 2~3년 전부터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조력을 받아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허용해 왔다. 물론 출처나 조력받은 인공지능의 활용 방식에 대해 밝히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
 
현재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 세대는 가장 중요한 중등 교육과정에서 ‘정답’을 고르는 것을 훈련받은 세대이다. 물론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정답을 확인하고 밝히는 것도 중요한 학력에 대한 측정 방식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훈련방식은 크게 두 가지 논리 능력에 대한 결함을 갖게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어진 문제를 보았을 때, 항상 정답이 있다고 가정하는 문제이다. 모든 전제 조건이 변하지 않는 확정적인 상황에서는 정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치는 거의 모든 의사결정 문제는 모든 전제 조건이 확정적이라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의사결정 자체가 새로운 불확정성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정답이 있다는 가정은 의사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는 있지만, 논리적으로 부실한 결론을 낳거나, 제약된 상황에만 적용되는 한정된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내가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달리, 정보가 재구성된 결과가 제시되는 AI 시대의 정보는 인간의 판단을 거치지 않으면 오류를 증폭할 위험이 있다. AI 성능이 발전한 현재 상황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AI는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해답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답을 만들어내는 데 대한 파라미터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AI 환각(Halucination) 문제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불행히도 정답을 찾는 훈련을 받아온 우리 ‘정답 세대’에게 AI 정보는 정답으로 받아들여져 버리는 모양이다. 
 
AI 전환 시대에 정보의 생산은 더욱 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는 이미 내부 보고서의 작성에 AI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AI가 제시한 정답은 정답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말들의 재구성이기 때문이다. 불확정성이 더욱 커져가는 시대에 AI 활용법은 AI가 제시하는 답안에 대해 우리 인간의 비판적 사고를 더해야 완성된다. AI는 우리가 제기하는 비판에 대해 쉽게 수긍하고, 더 좋은 답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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