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는 솎아 내고 관행은 살린다
농지 전수조사, 투기는 '엄정 처분'
상속·고령농·관행 임대차는 제도 안으로
"관행적 위반 치료, 농정 대전환"
농지은행 매입·연금 예산 확대 '배수진'
"농지제도 현실화…활성화 출발점"
2026-09-21 16:08:25 2026-09-21 16:30:1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전국 농지에 대한 첫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농지 투기 세력은 엄정 조치하되, 농촌 현장의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양성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률적으로 처분하기보다는 고령농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상속받은 농지,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적 임대차 등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잡기로 한 겁니다. 특히 위반 농지를 찾아내는 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전국 농지의 실제 이용 실태는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농지 임대·휴경 제도와 실경작자 보호, 농지은행을 통한 세대교체 등 후속 농정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준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와 함께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기 '엄정'…상속·고령농·관행 임대차 '제도 안'
 
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후속 조치를 논의했습니다. 핵심은 실제 영농 의사 없이 농지를 취득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와 농업진흥지역의 중대한 불법 전용은 엄정하게 대응하되,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경미한 위반은 정상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투기 유형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사들여 사실상 부동산업을 한 경우, 경매로 농지를 공유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이 제시됐습니다.
 
과거 적발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2022년 경기도는 3기 신도시 고양 창릉·남양주 왕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불법 투기자 122명을 적발했으며 이들의 불법 투기 거래금액은 422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중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전 소유자에게 농사를 맡긴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부동산업자가 농업회사법인 3곳을 세워 충남 당진의 농지를 평당 18만원에 매입한 뒤 투자자 119명에게 평당 100만원 상당에 되팔았습니다. 경찰은 전매 수익을 107억원으로 파악했습니다. 
 
식량안보의 기반인 농업진흥지역의 중대한 불법 전용도 예외가 아닙니다. 농지를 야적장·야영장 등 법이 금지하는 비농업용 시설로 바꿔 사용한 경우에는 원상회복 등의 조치가 이뤄집니다.
 
반면 상속 농지나 고령농 보유 농지처럼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휴경·임대차 문제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직접 경작이 어려운 경우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 의무를 유예하고 실제 경작자의 임차권도 보호할 방침입니다.
 
임차농 보호를 위한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오는 11월15일까지 연장합니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를 이 기간에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보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윤준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민주당 의원)는 현행 농지법이 고령에 따른 휴경이나 관행적 임대차 등 실제 농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치유할 수 있는 위반과 투기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농민들이 투기자로 오인돼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조사 기준과 내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지 거래 위축에 대한 우려도 이번 대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7월 농지 실거래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4.4% 하락했지만 전수조사가 시작된 5~7월에는 하락 폭이 2.4%로 둔화했습니다. 전수조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거래 위축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21일 농민들이 벼 사이 자라고 있는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지은행 '핵심 수단'…양성화 '특별조치법 제정'
 
이 가운데 농지은행은 문제를 풀 핵심 수단이 될 전망입니다. 고령농의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대받아 관리한 뒤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공급하고 매수자를 찾지 못해 방치되는 농지도 관리한다는 구상입니다. 농지은행의 매입·복구와 농지연금 예산도 확대합니다.
 
2027년 정부안에는 맞춤형 농지 지원 예산 2조2617억원, 농지연금 3444억원이 편성됐습니다. 정부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 예산을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법 전용 농지의 양성화입니다.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사안이 아닌 기존 전용 허가나 신고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에 대해 사후 전용을 신청할 기회를 주고 농지보전부담금 등을 부과, 합법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입니다. 농지 불법 전용 양성화는 1988년 이후 38년 만입니다.
 
장기간 임야화 돼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게 지목을 변경하고 농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다만 지목 변경이 곧 개발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정은 정상화·양성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말까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농지 전수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최종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투기성 위반을 구분해 처리할 계획입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현행 농지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 사항에 대해 처분을 경감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당정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입법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그간 현장에서 많은 농업인들의 의견을 들었고 농지 전수조사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를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후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며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어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2026년 4월20일 경기 이천시 육묘장에서 관계자들이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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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취지를 잘 살려서 성공하기 바랍니다. 농지 투기는 솎아내는게 맞습니다. 다만 실제 조사를 철저히 해서 억울한 사람들은 없게 하는 것도 잘 살피시길 바랍니다.

2026-09-21 16:17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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