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였던 '둔산 세이백화점 부지 오피스텔 개발 사업'이 공사비 급등과 자금 조달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주도했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500억원대의 막대한 순손실을 냈고, 후순위 채권단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PF 시장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특히 위기 발생 이후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자본 구조에 따라 운명이 극명하게 갈려 주목됩니다. 금융주관사인 키움증권과 신탁 업무를 맡은 코리아신탁 등 1순위 투자자들은 계약상 안전장치를 활용해 투자 원금 회수의 길이 열려 있는 반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대형 유통 대기업 GS리테일과 건설사는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하는 등 부동산 PF 구조조정 현장의 냉혹한 현실이 교차됩니다.
1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해당 PFV 사업장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공매 절차를 거쳐 9월 최종 자산을 매각했습니다. 당초 감정평가액이 1121억원에 달했던 이 부지의 장부상 처분액은 약 82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PFV는 2025년 한 해에만 무려 508억9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784억원에 달했던 브릿지론 차입금은 부지 매각 대금을 통해 약 458억원으로 줄었으나, 이는 전북은행 및 지역 농협 등으로 구성된 선순위 채권단의 대출금 일부만 간신히 상환한 수치입니다. 결과적으로 신한캐피탈, BNK캐피탈 등이 참여한 중·후순위 채권단은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한 채 대규모 상각 처리를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자산 매각으로 PFV 내부에서 더 이상 잔여재산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초기 자본금 130억원을 출자했던 주주들 사이의 생사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유무로 갈렸습니다.
대리금융기관이자 제1종 우선주 주주로 참여한 키움증권(10억원)과 코리아신탁(20억원), 에스앤씨네트웍스(30억원) 등 1순위 투자자들은 사업 초기 강력한 안전장치를 확보했습니다. 일정 기간 내 본 PF 전환에 실패할 경우 보통주 주주인 시행사(해피투게더하우스)에게 자신들의 지분을 원금(발행가액)에 되팔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설계된 금융 기법이 침체기에는 투자금 100%를 보전받는 방패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반면, 총 40억원을 출자해 제2종 우선주 주주로 참여한 대형 유통기업 GS리테일(20억원)과 한미글로벌디앤아이(20억원) 등 2순위 주주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이들은 호황기 대규모 수익이 날 때 이익을 더 나눠 갖는 참가적 배당(잔여이익배당권) 혜택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으나, 정작 위기 상황에서 원금을 회수할 구명조끼(풋옵션)를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부지 공매 처분으로 PFV의 잔여재산이 0원이 되면서, 이들은 1순위 주주들과 달리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1순위 금융사들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는 역설적으로 시행사에게 묵직한 청구서로 돌아왔습니다. 보통주 주주인 해피투게더하우스는 글로벌 명품 제조기업 '시몬느'의 계열사로, 든든한 모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우선주 보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PFV의 1순위 우선주주 보상계약과 관련해 '대위변제충당부채' 60억원을 장부에 설정했습니다. 키움증권, 코리아신탁 등의 지분 매수 요구 총액과 일치하는 수치로, 손실을 선반영한 것입니다.
이번 대전 PF 사례는 현재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복잡한 함수관계를 거쳐 진행되는지를 시사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황기에 다중으로 얽혀 설계된 자본 구조와 안전장치들이, 침체기에는 서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쟁으로 번지며 사업 정리를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선순위 대주단의 빠른 공매 처분과 우선주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가 맞물려 리스크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키움증권 사옥. 사진=연합뉴스
GS 본사 건물. 사진=GS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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